사랑, 어떻게 나누고 용서, 어떻게 할 것인가… 가정의 달에 놓치기 아쉬운 책 3권

입력 2014-05-21 03:19


조금 늦었지만 5월 ‘가정의 달’이 다 가기 전에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자식을 향한,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보낸 시간이었다. 좀더 일찍 사랑한다, 고맙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가슴에 묻기도 했다. 이젠 용기를 내야 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책은 사랑하는 가족에게 먼저 ‘손’을 내밀라고 전한다.

놀라운 아버지의 힘

‘사랑이 답이다’(두란노)는 놀라운 ‘아버지의 힘’을 이야기한다. 저자 박종태(일산동안교회) 장로는 오랫동안 두란노아버지학교 강사로 활동하며 많은 아버지들을 만났다. 가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그들의 일상에 귀 기울이며 아버지들을 격려했다. 직접 실천하고 경험한 내용들을 이 책에 담았다. 그래서 읽으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한다. 그가 아버지들에게 특히 권면하는 건 가족을 웃게 하라는 것이다. 그게 아버지가 지닌 힘이다. 그럼 무엇부터 실천해볼까. 말에 있다. 말의 힘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을 때 잘해!’라고 명령할 것이 아니라 ‘있을 때 잘할게!’라는 고백을 하자”고 권면한다. 특히 곁에 있을 때 3가지 말을 마음껏 하자고 강조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부부가 사랑을 쌓아가고 창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등공신은 ‘말’이다. 부부 사이에 말이 통한다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대화는 경청과 동의어다. 경청이 진심으로 들어준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리고 들어준다는 것은 인내가 있다는 말과 같다. 듣는 데 성공하면 이미 대화가 시작된 셈이다.”(47쪽)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은 그냥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말을 들은 상대 또한 들은 만큼 하게 되고 이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당연히 그 말을 잘 하게 된다. 부부간에, 자녀에게 먼저 따뜻한 말로 공감해주자.

하나님은 용서를 바라신다

“만일 우리가 한 인간으로 잘 자라나기 원한다면, 우리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우리 가정이 번창하기 바란다면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 즉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를 용서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레슬리 필즈의 책 ‘부모 용서하기’(규장)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의 아들딸로 태어나 성장하고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된다. 그 과정에서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해 생긴 상처 등으로 힘들어하고 아파한다. 저자 역시 아버지에게 상처받았고 현재 여섯 자녀를 둔 부모로 살며 왜 아버지를 용서해야 하는지 고민해왔다. 책은 저자의 고백록이다. 자신의 이야기나 그동안 상담해온 실제 인물들의 자료를 통해 부모를 용서해야 하는 어려움을 전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용서할 것인지를 차분하게 풀어나간다.

책은 더 중요하게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나눈다. 우리에겐 그 용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부모를 용서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부모를 용서하길 바라신다. 책은 용서의 역설적인 은혜를 다룬다. “하나님은 전능하신 주권의 창조주 하나님이신 하나님 자신과 하나님이 선택하신 인간 창조자들인 우리 부모를 서로 묶으셨다. 따라서 우리가 부모를 공경할 때 우리는 하나님을 높이게 된다.”(185쪽) 동기가 무엇이든 우리가 먼저 겸손히 다가서야 한다. 아버지 어머니가 자세를 낮추고 나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용서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용서다.

45세 아들의 희망일기

‘영혼의 건축가’로 불리는 황교진의 책 ‘엄마는 소풍 중’(우리가만드는책). 18년째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45세 아들의 희망일기다. 1997년 건축학도였던 저자의 큰 소망은 밤낮이 바뀐 채 새벽시장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는 어머니의 생활을 정상적으로 돌려드리는 거였다. 밤 10시 광장시장으로 나가 다음날 오후쯤 귀가해 집안일을 정돈하다 해가 질 무렵 잠깐 자고 일어나는 고단한 삶을 살던 어머니는 그해 겨울 뇌출혈로 쓰러졌다.

아들은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슬픔과 고통을 참으며 어머니를 간호했다. 기적이 일어나길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으나 어머니는 회복불능의 식물인간. ‘왜 이런 고통을 나에게?’란 가슴 아픈 질문을 던지던 아들은 어느 순간 생각을 바꿨다. ‘어머니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내가 이렇게 꼼짝 못하는 환자로 누워 있다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은 그대로이지만 아들은 ‘마음이 바뀌는 기적’을 경험한다. 저자는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매일의 삶을 글로 남겼다. 홈페이지에 써온 8년의 글을 묶어 2004년 여름 ‘어머니는 소풍 중’이란 제목으로 책을 냈다. 이후 방송 출연과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그의 삶과 책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고, 결혼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형편이었으나 어머니 간호를 돕고 싶다는 한 여인을 만나 아름다운 가정을 이뤘다. 그새 두 아들도 생겼다. 이 책은 내용을 보완해 나온 개정판이다.

현재 어머니는 18년째 누워 계신다. 지금도 어머니는 아들의 손길을 받으며 몸을 보전 중이다. 달라진 건 요양병원으로 모셨다는 것. 저자는 말한다. “어머니는 늘 밤처럼 편안하게 주무시며 마치 잠시 소풍 중이신 듯한 얼굴로 하루하루 쉬고 계신다. 식물 상태의 어머니를 지키고 간호해드리는 삶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단하고 힘든 고통의 연속이지만 ‘우리 모자는 아주 어려운 기적의 주인공’이다.” 모든 아픔까지도 사랑으로 덮는 게 가족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