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30곳 이상 해수면 상승 위험에 노출
입력 2014-05-21 02:31
기후변화의 영향권에서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내놓은 ‘기후변화 보고서(Climate Change Report)’는 기후변화가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장 미국인들 삶에 충격을 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내 및 해외의 미군 기지와 훈련지도 영향을 받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10년 ‘4개년 국방 검토 보고서(QDR)’에서 30곳 이상의 해외 및 국내 기지가 해수면 상승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버지니아주 동남부 연안에 위치한 노포크 기지는 세계 최대의 해군시설이다. 대서양함대 사령부와 해군 항공기지, 미 해군 최대의 공급창, 항공모함 제조 및 수리 조선소, 핵잠수함 조선소, 해안경비대 본부 등 29개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다. 미 해군 전력의 20% 이상이 모항을 노포크 지역에 두고 있다.
하지만 저지대여서 해수면 상승과 이곳으로 흘러드는 세 하천의 범람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민간 주거지를 중심으로 이미 침수 지역이 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앞으로 25∼50년 사이 이 지역 해수면이 46㎝ 이상 높아질 것이라며 버지니아 주정부 등과 함께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다.
플로리다주 멕시코만에 위치한 세계 최대 공군시설 에글린 공군기지도 빈발하는 폭풍우와 해수면 상승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
해외 기지 중에는 인도양에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미군과 영국군의 중동지역 전략 요충지이자 핵심 병참기지인 이 섬은 해발고도가 1m에 불과하다. 해수면 상승이 계속되면 물에 잠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대만 방어 및 중국 대응 기지로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진 괌도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빈발하는 태풍으로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