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추고 고개 끄덕이고… 부부 갈등 푸는 대화 방법
입력 2014-05-21 02:54
“당신 매일 이렇게 늦게 다니고. 가장 자격이 있어!”(영자)
“나 오늘 당신이 늦게 와서 화났어. 외로웠어요.”(영희)
남편이 자정을 넘겨 새벽 1시쯤 들어왔다면 당신의 반응은 영자씨와 영희씨 중에서 어느 쪽에 가까운지 한번 생각해보자. 또 두 사람의 남편 반응은 각각 어떨지 상상해보자. 아마도 영자씨 남편은 ‘또 시작이군’ 싶어서 찌푸린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희씨 남편은 머쓱해서 머리를 긁거나 “사람을 만나다보니 그렇게 됐네. 미안해”라고 사과하지 않았을까.
서울 사이버대학교 가족상담학과 이남옥(한국가족상담협회 부회장) 교수는 20일 “문제가 있는 부부들을 상담해보면 영자씨처럼 비난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좋은 대화의 기술을 익혀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부부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나쁜 상황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얘기하고, 상대방의 구체적 상황과 행동을 지적하며, 그 결과 자신의 감정이 어땠는지를 말하는 게 좋다”고 일러 준다. 대화를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 시작하면 상대방은 이에 대해 방어를 하게 되고, 결국은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는 것.
이 교수는 대화할 때는 말하는 기술보다 듣는 기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우자가 말할 때 스마트폰에 눈길을 주거나 TV를 보면서 건성으로 듣는다면 감정을 나누는 좋은 대화가 될 수 없다. 이 교수는 “귀로 소리만 듣지 말고 눈을 맞춘 채 고개를 끄덕이는 등 온몸으로 들으면서 상대방의 말을 되풀이하거나 ‘당신이 말하고 싶은 게 이거지’라고 요약해 들려줌으로써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하라”고 일러준다.
부부문제 전문가들은 갈등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하고, 침묵보다는 차라리 싸우는 게 낫다고들 한다. 이 교수는 “부부싸움을 할 때도 대화의 기술을 지켜야 하며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잠깐 쉬었다 다시 얘기하라”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감정이 격해지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성적인 상황판단을 못하게 돼 상대방에게 비난과 공격만을 퍼붓게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