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 검찰 복귀가 뜻하는 것

입력 2014-05-21 02:21

청와대에 파견 갔던 검사가 검찰로 돌아가는 관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은 권력 핵심부의 검찰 장악 욕심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검찰에 복귀한 의미가 남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악습이 없어지지 않는 한 검찰의 독립은 한낱 허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전 비서관의 검찰 복귀는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공약을 어긴 것일 뿐 아니라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점에서 비도덕적이다.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한 검찰청법을 피해 사표를 내게 한 뒤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한 것은 탈법이다. 파견 검사의 검찰 복귀를 금지한 규정이 없으니 이 비서관을 다시 검사로 임용한 것은 형식상 합법일지 모르지만 꼼수에 불과하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 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지키지 않았다. 법무부 간부는 차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역 검사로 채워져 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애초에 발표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래야 약속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중하게 여기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에 맞는 것 아닌가.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서 일하는 검사가 친정인 검찰로 돌아갈 수 있는 퇴로를 남겨두는 것은 소신 있는 업무를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요인이다. 어차피 검찰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의 의중뿐 아니라 검찰 입장을 대변하는 하수인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크다. 혼외자 문제로 구설에 오른 채동욱 전 검찰총장 수사를 둘러싸고 이른바 ‘찍어내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단적인 사례 아니겠는가.

노태우정부 시절 검찰총장은 거의 예외 없이 법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되기 위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펴 검찰 독립의 최대 장애로 꼽히기도 했다. 결국 논란 끝에 이 관행은 없어졌다. 현재 자신의 자리가 공직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일하지 않으면 소신과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에 파견 간 많은 공무원 가운데 유독 검사만 원대복귀를 금지하자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검사는 경찰관이나 행정부 공무원과 달리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갖는다. 수사권이 없는 경찰이나 사법권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행정공무원과는 가진 권한에 있어 차원이 다르다.

모든 정보와 권력을 오로지하는 청와대에 근무하다 다시 일선에서 수사권을 행사할 경우 과연 공정한 법 집행이 가능하겠는가. 법 위반 문제를 따지기 전에 청와대가 검사 파견을 받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청와대도 살고 검찰도 사는 길임을 왜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