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등록 외국인 백만명 시대에 우선돼야 할 가치

입력 2014-05-21 02:09

국내 등록 외국인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법무부 출입국과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등록 외국인은 101만2010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43만7954명, 2006년 63만1219명, 2009년 87만636명, 2012년 93만2983명, 2013년 98만5923명으로 꾸준히 늘더니 마침내 100만명 시대를 연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2%에 달하는 수준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외국인의 존재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 지 오래됐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려 있는 공단 주변이 아니더라도 지하철, 슈퍼마켓, 여행지, 학교 등 일상에서 그들과 자주 마주친다. 외국인 며느리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그 자녀들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우리 자식들과 함께 웃으며 성장하고 있다. 어엿한 구성원으로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취업자 수는 지난해 5월 기준으로 76만여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에 달할 만큼 우리 사회는 이미 외국인 없이는 굴러갈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 현장에서는 아직도 노골적인 차별과 임금체불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으며 외국인 아내에 대한 가정폭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보다 가난한 저개발 국가에서 왔다고 함부로 대하는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도 여전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다문화 포용성은 조사 대상 50여개국 중 몇 년째 꼴찌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무역 규모 9위인 우리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20일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07년 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세계인의 날’이었다. 세계화에 걸맞게 우리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다문화는 숙명이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