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만우] 국가개조 재원은 국세청 몫
입력 2014-05-21 02:08
적벽대전은 조조와 손권·유비 연합군이 맞붙은 삼국지 최대 전투다. 조조는 측근 대신 형주 출신의 채모와 장윤을 사령관에 임명했다. 손권으로부터 지휘권을 넘겨받은 주유는 조조 휘하의 옛 친구 장간이 정세를 살피러 찾아온 기회를 활용해 자신이 채모와 장윤과 내통하고 있는 것처럼 꾸며 조조가 이들을 참수하게 만들었다. 뒤늦게 속았음을 알아챈 조조는 할 수 없이 수전 경험이 전혀 없는 모개와 우금을 후임 사령관에 앉혔고 결국은 화공을 당해 처참하게 패배했다.
세월호 사건은 선주의 냉혈한 장삿속과 선장의 어이없는 무책임이 초래한 참극이다. 엉성한 해난구조의 난맥상도 드러났다. 해양경찰이 이렇게 결딴날 징조는 지난 정부에서 이미 관찰됐다.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대통령 주변 권력이 학연, 지연, 종교연 등 온갖 끈을 잡고 다퉜고 낙방한 후보는 ‘꿩 대신 닭’처럼 해경청장 감투를 꿰찼다. 배를 한 번이라도 타봤는지, 모개와 우금처럼 뱃멀미는 안 하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경찰청장 감투를 눈앞에서 놓치고 잔뜩 삐친 상황에서 해경청장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을 리가 없다. 인사가 만사(萬事)가 아닌 망사(亡事)가 된 것이다.
차제에 국가 모든 시스템을 철저히 개조해야 한다. 사회 전반에 독초처럼 뿌리내린 비정상을 바로잡고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기용해야 한다. 복지시스템 정착을 위해 대상자의 재산과 소득 파악 시스템을 우선 정비해야 한다. 국민 안전을 위해 상시적 감시체계와 효율적 재난구조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해양경찰청은 해체하고 국민적 역량을 집결한 국가안전처를 하루 속히 출범시켜야 한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무분별한 복지공약을 남발했다. 대통령직 인수과정에서 재원문제가 구체적으로 검토됐고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재정의 난맥상과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빚더미도 노출됐다. 재정소요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가 발발했고 재난예방과 구조 시스템 정비를 위한 막대한 예산소요가 새로 생겼다.
국가의 재원조달 핵심창구는 국세청이다. 최근 국제경제 동반침체에 따른 내수 위축과 기업실적 악화로 인한 세수 부족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첨예한 가격경쟁을 벌리고 있는 우리 기업에 세율 인상으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이 세정 합리화를 통해 숨은 세원을 찾아내고 국제적 조세회피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신용카드가 확대되고 국민의 납세의식이 높아지면서 탈세는 갈수록 어렵게 됐다. 그러나 해외거래를 이용한 지능적 탈세는 여전히 존재한다. 국제적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빠짐없이 과세해야 한다. 사업 현장을 찾아가는 세무조사보다는 외곽 거래 데이터의 상호검증을 통해 누락된 세금을 찾아내야 한다. 인터넷 환경이 창출하는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세청 자료에 대한 완전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5월 말까지 신고납부를 마쳐야 하는 2013년 귀속분 소득세 홈텍스 시스템은 예년에 비해 훨씬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홈텍스가 집계한 자료의 완전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면 납세의식은 획기적으로 제고될 것이다.
국세공무원의 전문성과 청렴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아직도 뇌물수수 등 불법행위가 계속 적발되고 있다. 사실 국세청 정원이 2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발생빈도로만 평가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금융감독기구 정원에 비하면 10배, 공정거래위원회에 비하면 40배의 인원임을 감안해야 한다. 청렴성 제고를 위한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내부감사를 통해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사랑받는 국세청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만우(고려대 경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