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3색 매력 한 무대서 다 보여준다… 연극 ‘미스프랑스’로 6년 만에 복귀하는 김성령

입력 2014-05-20 02:02


“이렇게 완벽한 미모인데 알고 보니 완전 허당이더라고요. 연습 끝나고 소품인 빨간 구두를 신은 채 집으로 가신 적도 있을 정도예요. 선배님에게 우리가 ‘신생아’라는 별명을 지어줬어요. 먹고 자는 것을 반복하는 아기처럼 연습밖에 모르는 순수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김성령(47)이 주인공을 맡은 연극 ‘미스프랑스’의 프레스콜이 열린 지난 16일 오후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동료 배우들이 김성령에 대해 털어놓은 폭로성 발언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영화 ‘역린’ ‘표적’, 드라마 ‘야왕’ ‘상속자들’ 등에서 차가우면서도 도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인 그녀가 아니던가.

1988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힌 그는 영화 드라마 연극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그러다 ‘아트’ 이후 6년 만에 복귀한 연극무대가 하필 ‘미스프랑스’여서 화제를 모았다. “오로지 연극을 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무대복귀를 결심했어요. 연습하면서 ‘내가 연극을 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황재헌 연출님이 답을 주셨죠. 배우가 가진 에너지를 뛰어넘어보라는 겁니다. 이게 지금 저의 목표입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1인3역을 맡았다. 까칠하고 권위적인 미스프랑스 조직위원장 플레르, 자유분방한 성격의 스트립댄서 사만다, 조금은 모자라지만 사랑스러운 호텔종업원 마르틴이다. 연극은 똑같이 생긴 3명이 벌이는 해프닝을 경쾌하면서도 코믹하게 펼쳐 보인다. 김성령은 “제 성격이 겉으로는 플레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르틴과 같다”고 소개했다.

플레르 위원장은 품위를 자랑해야할 미스프랑스 우승자가 누드 화보를 찍은 사실이 밝혀지자 충격을 받아 실어증에 걸린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조직위는 말 못하는 위원장을 대신할 인물을 찾는다. 마침 위원장의 쌍둥이 여동생 사만다와 호텔종업원 마르틴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닮았다는 사실을 알고 섭외를 시작한다.

김성령은 극과 극을 오가는 3명의 캐릭터를 90분 동안 쉴 새 없이 해내야 한다. 잠깐의 암전도 없이 극이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옷 갈아입으랴, 표정 바꾸랴 정신없고 숨이 찰 수밖에. 게다가 실어증에 걸린 플레르가 겨우 말문을 열면서 내뱉는 단어들은 외계인 언어 마냥 알아듣기 힘든 언어의 조합인데다 다른 2명의 대사도 장난 아니게 많아 외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처음엔 ‘이 많은 대사를 다 외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나는 딸 이름도 까먹어’라는 조재현 선배의 격려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가발부터 액세서리에 의상까지 수시로 바꿔야 하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그는 “마치 100m 달리기를 1시간 반 동안 하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미스프랑스’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해 3개월간 전석매진을 기록했다. 키치적이고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연극으로 프랑스의 유명 배우이자 샹송 가수인 리앙 폴리가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조재현이 대표로 있는 극단 수현재컴퍼니가 한국 관객의 코드에 맞춰 제작한 무대다. 주인공은 김성령과 연극배우 이지하가 더블 캐스팅됐다.

김성령은 “무대에 오르는 두 달간은 저나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며 “특히 남성 관객이 많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7월 13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는 전석 5만원(02-766-6506).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