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새겨진 문화와 민족 코드 (2) 스페인] 티키타카·지역 라이벌전 통해 지구 최강 무적함대로

입력 2014-05-20 02:31


화려한 개인기와 끈끈한 조직력의 완벽한 조화.

스페인의 축구 스타일은 독특하다. 남미와 유럽의 장점만을 모아 놓은 것 같다. 스페인은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으로 짧은 패스를 쉴 새 없이 주고받는 축구 스타일을 일컫는 스페인 말)’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스페인 축구의 파괴력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드러났다. 당시 스페인은 준결승에서 짧은 패스로 ‘전차군단’ 독일을 무력화시켰다. 세계 최고의 체력을 자랑하는 독일 선수들은 스페인 선수들의 패스를 따라다니다 지쳐 버렸고, 후반 들어 헉헉거리다 결국 0대 1로 무릎을 꿇었다. ‘공을 움직이는 축구’가 ‘몸을 움직이는 축구’를 압도한 사건이었다.

스페인이 자기 뜻대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비결은 중원 지배다. 중원에서의 볼 다툼을 싫어하는 잉글랜드나 이탈리아와는 달리 스페인은 반드시 중원을 거쳐 공격을 시작한다. 중원에서 유기적인 패스를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이면 득점 가능성도 높아진다.

스페인의 축구 스타일은 기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페인은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 굉장히 덥고 건조하다. 기온이 최고 47도까지 치솟는다. 태양이 작열하는 더운 날씨에선 선수들이 쉽게 지친다. 지치지 않으면서 활기가 넘치는 플레이를 하려면 브라질 축구의 격언처럼 일은 공이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패스를 활용해 공을 움직여 경기를 풀어 나가는 축구가 스페인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스페인이 ‘패스 축구’와 ‘점유율 축구’를 구사해서 강해진 건 아니다. 스페인 축구가 강해진 원동력은 바로 ‘지역감정’이다. 스페인은 카스티야, 카탈루냐, 바스크, 안달루시아 등 다양한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페인 내전 후 프랑코는 마드리드가 위치한 카스티야 지방을 밀어 주고 타 지방을 탄압했다. 가장 큰 탄압을 받았던 카탈루냐 사람들은 연고팀인 FC 바르셀로나를 강하게 지지하며 카스티야를 대표하는 레알 마드리드를 이겨주길 원했고,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그 때문에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대결은 ‘엘 클라시코’ 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고의 더비들 중 하나가 됐다. 이런 지역감정을 등에 업고 스페인 클럽 축구는 성장했다.

그러나 스페인 대표팀은 지역감정 때문에 단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스페인은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랑스에 패해 짐을 쌌다. 충격을 받은 스페인 대표선수들은 이후 서로 의지하고 믿으며 지역감정에서 벗어났다. 하나로 똘똘 뭉친 스페인은 2008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8)과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고 유로 2012를 잇따라 제패했다.

중원을 장악한 채 짧은 패스와 현란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스페인. 브라질월드컵마저 제패해 월드컵 2연패와 메이저대회 4연속 정상에 설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