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현역 증권맨… 나이는 숫자일 뿐

입력 2014-05-20 02:04


인력과 점포 구조조정이 끊이지 않는 금융투자업계에서 팔순을 바라보는 남녀 최고령 영업직을 보유한 증권사가 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과 이 회사에서 브로커리지 영업 업무를 수행하는 김광호(78) 상무, 홍옥순(68·여·사진) 상무가 주인공이다. 증권사 계약직 임원으로 VIP 고객을 관리하는 이들의 활약은 최근 베이비부머의 잇따른 은퇴 속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상무는 1962년 부산동아고를 졸업하자마자 국일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맨 인생을 시작했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각종 영업직을 역임했다. 70년대에는 증권사를 대표하는 시장대리인으로 일했다. 이 기간 김 상무는 ‘업계의 꽃 중의 꽃’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했다.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했던 당시에는 증권거래소 입회장에 직접 나가 주문을 처리하는 각 사의 시장대리인들을 통해서만 주식을 사고팔 수 있었다.

67년 서울여상을 졸업한 홍 상무는 건설증권에 입사했다. 70년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전신인 대유증권에 스카우트된 뒤 한 직장에서 일한 세월이 45년째다. 홍 상무는 금융투자업계에서 국내 최초의 여성 대리(76년), 최초의 여성 과장(86년), 최초의 여성 차장(90년) 등의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투자상담사로 전환, 월 3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해 주목받기도 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관계자는 “기득권과 관행보다 직업윤리와 능력, 성과를 중요시하는 경영 철학이 최고령 영업직 근무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증시 침체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최근 직원 숫자가 오히려 늘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