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동반 강세… 헷갈리는 금융시장

입력 2014-05-20 02:41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대개 경기회복 신호가 미약하다고 판단될 때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주식 등 위험자산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 0.19% 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채권 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다. 지난 15일 국채 10년물의 최종고시 금리는 3.378%로 올 들어 최저 금리를 기록했다. 미국 장기금리 기준물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지난 16일(현지시간) 2.498%까지 하락하며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찍었다.

최근 채권시장 강세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이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글로벌 경제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에서 채권으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낮은 물가도 채권 수익률을 떨어뜨린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에서도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소비가 둔화되면서 내수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외국인들이 국채를 사들이고 나서자 채권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채권 수익률 하락, 즉 채권 가격 강세는 시장의 예상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특히 위험자산인 주식 등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은 방향성을 몰라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연초만 해도 미 경제 회복세가 탄력을 받고 있고, 노동시장 역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는 채권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말 첫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하면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3%를 돌파했을 때만 해도 예상이 들어맞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정반대로 진행됐다. 여기에다 채권이 강세면 통상 증시는 약세를 보이지만 미 다우존스지수가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코스피지수가 19일 연중 최고치(2015.14)로 올라서자 상관관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마저 2분기 들어서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오르면 덩달아 뛰기 마련인 채권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경기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혼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최근까지 주식으로 재미를 본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채권으로 투자금을 이동하고 있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KB투자증권 문정희 수석연구원은 “경제 성장에 대한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아 혼조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임계점이 지나면 방향성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