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반짝회복 그친 소비… 훈풍 불던 고용도 냉기류
입력 2014-05-20 02:40
세월호·구조조정 여파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경제활동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가 반짝 회복된 뒤 다시 둔화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2월 정점을 찍었던 고용지표도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월 고용쇼크 오나=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로 지방청장을 불러 모아 ‘고용률 70% 로드맵 및 안전분야 확대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세월호 참사와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부 서비스 업종에서 고용지표가 악화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 장관은 “최근 세월호 사고 및 금융권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5월 이후 고용개선세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직접적 영향의 우려가 있는 금융업, 여행·숙박업 등의 고용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에선 국내 단체여행을 주로 취급하는 중소 여행사를 중심으로 인력을 감축한 업체들이 이미 발생했다. 제주에선 전세버스 가동률이 참사 이전 95%에서 30∼4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관광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만1000명 증가하며 6개월 연속 50만명 이상 증가폭을 이어갔다. 지난달 조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26일 이뤄졌다. 참사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이 크지 않았던 시기다. 이달 경제활동인구조사는 18∼24일 실시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내 소비 위축이 지표로 반영되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난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4월부터 금융업 취업자 수는 감소세로 전환됐다. 5월 고용지표를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광·음식·숙박업체에 대해 인력 감축 없이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키로 했다. 생산량 감소 등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종업원을 내보내지 않고 휴업·훈련·휴직·직무 조정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면 임금 및 훈련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침체 장기화 우려에 정부, 자영업자 지원 대책 검토=기획재정부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경제 전반의 활력이 둔화될 경우 회복세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속보지표와 현장경기 점검 결과 세월호 사고 이후 레저·요식·숙박업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백화점·할인점 매출도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직후 눈에 띄게 둔화했던 소비는 이달 초 연휴 기간에 살아나는 듯했지만 연휴 이후 다시 주춤하고 있다. 사고 직전인 지난달 14∼15일에 지난해 동기 대비 25.0%를 기록했던 카드 승인액 증가율은 사고 직후인 16∼20일 6.9%로 떨어졌고 지난달 넷째 주에는 1.8%로 더 내려갔다.
정부 관계자는 “카드 승인액 증가율이 5월 연휴 기간에 올랐지만 연휴가 끝나자 다시 3∼4%의 낮은 수준으로 내려오고 나서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가 경제 외적인 사건으로 경제에 장기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경계론으로 바꿨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나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고 이후에도 소비가 줄고 실물경기가 위축됐지만 한 달 정도를 기점으로 소비는 서서히 정상화 조짐을 보인 전례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 역시 원화 강세 기조로 돌아서 수출 기업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은 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법인세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세월호 사건으로 소비가 둔화하면 부가가치세도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다음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장기 침체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경기 침체의 1차 피해자로 꼽히는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영세 1인 자영업자에게 고용보험료 50%를 지원해 고용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원 대상은 월평균 소득이 135만원 이하인 1인 자영업자로, 이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정부가 보험료 50%를 내주는 방식이다.
세종=이성규 선정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