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해외은행 비결은 M&A·리스크 관리·수수료 수익
입력 2014-05-20 02:25
저수익에 허덕이는 국내 은행과는 달리 수익성과 성장성이 돋보이는 해외 은행들이 있다. 경기 부진과 초저금리라는 악조건은 서로 다를 바 없는데 경영 성과는 딴판인 것이다. 수익성 회복이 시급한 국내 은행권은 이들 은행의 성공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 최대은행 산탄데르(Santander)는 적극적인 해외 인수·합병(M&A)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은행 자회사인 ‘산탄데르 브라질’은 최근 브라질 4위 신용카드사 ‘겟넷 테크놀로지아’를 인수했다. 지분 참여만 해오다가 브라질 카드시장이 최근 높은 성장세(연평균 20%)를 보이자 회사를 완전히 사들여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산탄데르는 자국(스페인) 영업환경 악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 자회사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9일 “국내 금융사들도 산탄데르처럼 해외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성장성이 높은 사업영역을 개척해가는 데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형은행 US뱅코프(Bancorp)는 엄격한 리스크 관리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이 은행은 경기둔화 시기에 신규 고객보다 리스크가 검증된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확대하는 보수적 성장전략을 폈다. 사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고객·산업 구성을 고르게 하는 ‘대출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양호한 실적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재호 수석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은 US뱅코프 사례를 참고해 경기민감 업종의 대출 비중을 축소하는 등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은행 중 자산규모 4위인 웰스파고(Wells Fargo)는 금융위기 이후 약진을 거듭해 미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은행으로 떠올랐다. 핵심 업무인 소매금융에 집중하면서 한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파는 ‘교차판매’를 적극 활용해 수수료 수익을 많이 거두고 있는 것이 웰스파고의 특징이다. 영업이익에서 수수료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43.7%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총이익 대비 비이자이익(수수료 수익 포함) 비중이 12%에 불과한 것과 대조된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웰스파고는 수익원을 다각화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한 반면, 국내 은행들은 이자이익에 편중된 단순한 수익구조를 고수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것이다.
웰스파고 사례를 보면 비이자 비즈니스 확대가 수익성 회복의 모범답안으로 여겨지지만, 무조건적인 확대는 위험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비이자 비즈니스 중에서 유가증권 매매 등 변동성이 큰 것은 수익 안정성 제고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각 은행은 현재의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비이자 비즈니스 확대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