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stock] 외국인 삼성주 “사자” 코스피 견인

입력 2014-05-20 03:3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이 악화됐을 때 상승세를 타던 증시가 19일에는 이 회장의 병세 호전 소식에도 다시 올랐다. 삼성그룹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점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주에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이날은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0포인트(0.08%) 오른 2015.1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기록됐던 최고치(2013.44)를 단 1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장 초반 기관투자가의 매도세에 2000선 초반까지 하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외국인 매수세를 타고 장 종료 직전 상승 반전했다. 외국인투자자는 5거래일 연속 순매수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날 외국인이 삼성그룹주 매수를 확대한 것이 코스피지수의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의 일반병실 이동이 검토되는 등 병세가 회복됐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장주 삼성전자는 1.40% 올라 144만8000원까지 회복했고, 삼성증권(4.71%) 삼성생명(2.42%) 삼성물산(1.39%) 제일모직(1.81%) 호텔신라(1.92%) 삼성카드(0.88%)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사실 이 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주에도 삼성그룹주는 예상을 깨고 상승세를 나타냈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건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하락했던 애플 주식을 상기하며 삼성그룹주의 하락을 내다봤었다. 하지만 뚜껑을 연 증시는 상승세였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삼성그룹주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한 주간 70억원 늘었고, 0.4∼2.3%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이 회장의 건강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삼성그룹주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배당 가능성이 높은 삼성그룹 우선주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도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삼성그룹주는 보통주보다 우선주의 수익률이 높은 상태다.

이트레이드증권 윤지호 리서치센터장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이벤트는 일회성 반등이라기보다 삼성전자가 견인하는 코스피의 상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삼성전자 보유 비중이 낮다면 이를 높이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도 진단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