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쇼크’ 강원 전세버스 업계 줄도산 우려
입력 2014-05-20 02:41
19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A전세버스 업체 차고지는 20대가 넘는 전세버스로 가득 차 있었다. 업계에서 최대 성수기로 꼽는 5월을 맞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을 비롯해 소풍과 현장학습, 일반인 단체여행까지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차고지에서 만난 한 버스기사는 “연중 4∼5월이 가장 바쁜 철인데 보다시피 절반이 넘는 전세버스가 멈춰 서 있다”면서 “20여년간 기사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운행이 없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말에 결혼식 하객을 태우는 버스를 제외하면 모든 여행이 취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전세버스 업계가 세월호 참사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A업체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전체 버스 55대 중 1일 평균 30여대가 멈춰 서 있는 상황이다. 4∼5월 2개월간 수학여행, 체험활동, 관공서 워크숍 등 각종 예약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발생한 피해액이 10억원에 이른다. A업체 관계자는 “전세버스 업체뿐 아니라 그와 연관된 관광지의 상인들마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아무런 대책 없이 수학여행을 전면 중단할 것이 아니라 관광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놓고 일을 추진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같은 시간 춘천의 또 다른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차고지에는 전체 차량 10여대 중 6대의 발이 묶여 있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예약이 줄줄이 취소돼 피해가 크지만 위약금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2학기마저도 정상화되지 않으면 전세버스 업계가 줄도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도내 운영 중인 전세버스 업체는 모두 65곳으로 1100여대의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통근용으로 운행하는 전세버스 30%를 제외한 나머지는 휴업 상태나 다름없다는 것이 조합 측의 설명이다.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이경운(46) 상무는 “현재 도내 전세버스 업체가 입은 피해액이 160억∼180억원에 이른다”면서 “당장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전세버스 업계와 숙박·요식업계의 생존을 위해 6월부터라도 학교의 수학여행이나 소풍, 현장학습이 순차적으로 재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