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샬렘,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 통감… 가장 무겁고 긴 기도 시간이었죠”

입력 2014-05-19 21:53 수정 2014-05-20 03:18


한국샬렘, 안산서 세월호 추모·침묵기도순례

“제 인생에서 가장 무겁고 긴 기도의 시간이었습니다.”

1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동안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기감 농촌선교훈련원장 차흥도(58) 목사의 첫마디였다. 그는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것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는데, 왜 하나님께서 이제 막 꽃피우려 하는 아이들의 희생을 허락하셨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두 눈과 귀를 막고 사니까 하나님께서 ‘더 이상 이렇게 살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차 목사는 이날 한국샬렘영성훈련원(한국샬렘)의 5월 월례모임에 참석했다. 한국샬렘은 이번 달 월례모임 기도회를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애도와 희망의 순례’로 정하고 이날 오전 11시 안산시 단원구 지하철 4호선 초지역에서 순례를 시작했다. 모임에는 목회자와 평신도 등 12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역 앞에서 노란 리본을 받아 가슴에 달고 3분 동안 침묵기도를 하며 순례에 나섰다. 초지역에서 합동분향소까지의 거리는 약 1.5㎞. 저마다 침묵 속에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거나, 대로 옆에 늘어선 추모 플래카드를 보며 기도했다. 분향소가 가까워지면서 플래카드에 붙어 있는 노란 리본의 수가 늘어났고, 그만큼 침묵의 깊이도 깊어졌다. 한 참가자는 ‘어떤 기도를 하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도하기 참 어렵고 힘들다”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분향소 안에서 참가자들은 한 시간가량 개별적으로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희생자 한사람 한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려는 듯 오랜 시간 영정을 바라보고, 조문객들이 남긴 메모들을 찬찬히 읽었다. 분향소를 나온 참가자들은 참았던 눈물을 닦아내며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회사 휴무에 맞춰 참석한 직장인 이수리(34)씨는 “꼭 한 번 분향소를 찾고 싶어서 왔는데 마음이 많이 무겁다”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미력하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샬렘 디렉터 이진권(50) 목사는 “큰 슬픔을 당한 이웃 곁에서 함께 아파하며 기도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영성의 가장 본질적 모습”이라며 “너무나 큰 사건이라 한국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위로와 치유의 여정을 떠날 수 있을지 묵상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을 안내한 안산희망교회 김은호(41) 목사는 “사람과 생명이 우선인 세상을 만들지 못하고, 물질과 성과와 경쟁만 우선시되는 사회를 묵인했다는 점에서 온 국민이 가해자”라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부터 이 사건을 마음에 각인시키고 슬픔에 빠진 이들을 더욱 진실하게 섬겨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