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대국민 담화-공직사회 요동] ‘안전·인사’ 떼고 행정자치 업무만… 공중분해 수준

입력 2014-05-20 04:15


안행부 어떻게 바뀌나

정부조직과 공무원 인사 업무를 무기로 공직 사회의 ‘갑’으로 행세해 온 안전행정부의 조직과 기능이 대폭 축소된다. 공무원 인사와 조직, 지방자치 업무에 안전총괄기능까지 담당하는 핵심 부처였으나 출범 15개월 만에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위상이 급락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담화에서 안전 주무부처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안행부를 강하게 질타하면서 대대적인 기능 축소 방침을 밝혔다.

안전기능은 총리실 산하에 신설될 국가안전처로 넘겨지고 정부 조직업무와 공무원 인사 기능도 행정혁신처로 이관된다. 핵심 조직인 안전관리본부, 창조정부조직실, 인사실 등 3개 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기존 6개 실 가운데 기획조정실, 지방행정실, 지방재정세제실 등 3곳만 남게 돼 조직이 절반으로 쪼그라드는 셈이다.

안전 총괄 업무가 국가안전처로 이관될 것은 예견됐지만 안행부의 고유하고도 핵심적인 기능인 부처 인사·조직업무까지 분리되는 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안전 컨트롤 타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국민적 비난 여론에 직면한 데 따른 문책성 개편으로 보인다.

안행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행정안전부는 물론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자치부와 비교해서도 기능이 대폭 축소된다.

지방 행정과 재정 등 지방자치업무와 선거·국민투표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16년 전 내무부 시절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2명의 차관은 1명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행부의 전신은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1998년 내무부와 총무처가 통합해 만들어진 행정자치부다. 이듬해 중앙인사위원회가 신설되면서 인사 기능이 분리됐다. 노무현정부 때는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맡도록 하고 2004년 소방방재청이 신설됐지만 행자부 기능과 역할에 큰 변화는 없었다.

반면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는 인사위원회와 총리실 산하의 비상기획위원회(민방위 업무), 정보통신부의 정부 전산 업무까지 통합되는 거대 부처가 됐고 명칭도 행정안전부로 바뀌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안전 총괄 기능까지 추가돼 조직이 더 비대해졌다. 그러던 것이 이번 조직개편에서 인사와 조직, 안전 기능이 떨어져 나가며 대폭 조직이 쪼그라들게 된 것이다.

전자정부 업무와 공직자윤리 업무도 성격상 행정혁신처로 이관이 유력하다.

각종 정부 의전기능이 어디로 배치될지는 대통령 담화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행정혁신처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안행부 본부 정원 1215명 중 적게는 500명에서 많게는 700명까지가 행정혁신처로 옮겨가게 된다. 중앙공무원교육원, 정부청사관리소 등 소속기관의 소속도 바뀐다.

안행부가 행정과 자치 업무만 전담하는 조직으로 축소된다면 차관급이 수장인 처로 위상이 격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치안기능을 담당하는 경찰청이 산하 외청(外廳)으로 계속 남아 있게 돼 부(部)의 위상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능이 축소돼 부처 명칭 변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 의전과 각종 정부 행사를 주관하고 민간을 포함한 여러 기관들과 안전업무를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는 등의 서울 잔류 근거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세종청사로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안행부 외청으로 소방과 구조·구급업무를 맡고 있는 소방방재청은 안전업무를 총괄할 국가안전처로 흡수될 것이 확실하다.

안행부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기능 축소방침이 알려지자 충격에 휩싸였다.

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직후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후속조처 등을 논의했다. 안행부 고위 관계자는 “강 장관이 대통령 담화 내용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정부조직개편 등 후속 조처를 제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면서도 “안행부 기능 축소 폭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해경 전격 해체 선언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구조 실패 책임론에 휩싸였던 해양경찰이 창설 61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에서 해경 해체 이유를 “출범한 이래 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하고 수사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해온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몸집은 계속 커졌지만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인명구조 훈련도 게을리한 해경을 그대로 두고는 또 다른 대형사고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해체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해경의 업무 중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겨지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될 국가안전처로 넘겨질 전망이다.

1953년 12월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창설된 해경은 91년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개편되면서 해양경찰청이 됐다. 1996년 해양수산부가 신설되면서 해수부 산하로 들어가 완전히 경찰과 분리됐다.

해경청은 본청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으며 산하에 동해·서해·남해·제주 등 4개 지방해양경찰청, 17개 해양경찰서,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부산 정비창을 두고 있다.

해경은 2001년 한·중 어업협정 발효, 2005년 차관급 기관 격상 등의 호재를 등에 업고 조직을 키웠다. 해경 인력은 전국에 1만1600명, 연간 예산 규모는 1조1000억원으로 10년 전보다 각각 배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해경이 해체되고 일부 기능이 경찰청으로 이관되면서 해경은 경찰과 18년 만에 다시 한 몸이 되게 됐다. 해경의 수사 및 정보 기능은 수사·정보국으로 통합돼 있어 그대로 경찰청 산하 국으로 들어오거나 기능별로 나뉘어 기존 경찰청 수사국과 정보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김석균 청장 등 주요 간부들이 진도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경 해체’ 방침이 발표되자 해경청은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해경의 한 간부는 “큰 폭의 조직 개편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해체까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해경의 기능이 둘로 쪼개져 사실상 공중분해 되는 것이어서 조직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해경 해체’ 발표로 해경 채용시험 수험생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당장 20일 시행 예정이던 실기시험이 무기한 연기됐다.

현재 회원수 2만여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해경 채용시험 커뮤니티 사이트인 ‘해양경찰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에는 시험의 취소, 대체, 연기 등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해경 해체를 선언한 뒤부터 해경 홈페이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수험생들은 시험과 관련한 소식을 공유하기 위해 이 사이트로 몰렸다.

최근 세월호 참사 대응 과정에서 해경을 중심으로 불거진 논란을 의식한 듯 격한 어조의 항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허탈한 분위기가 수험생 사이에서 감돌았다. “내일 시험인데 오늘 조직이 사라졌다” “이미 필기를 통과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경찰청 관할로 시험이 유지되는 것인가”라는 문의가 게시판을 가득 채웠다. 함정운용·항공전담 분야 실기는 20일 전남 여수 해경교육원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해경은 올 상반기 공개채용의 원서접수를 지난 3월 5일 마감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필기시험을 진행했다. 실기와 적성·체력평가,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려 336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인천=정창교 기자, 김철오 기자 jcgyo@kmib.co.kr

해수부 조직개편 전망

해양수산부에서 해상교통관제(VTS) 기능을 분리하기로 하면서 해수부 역시 조직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에서 VTS 센터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해수부는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 및 진흥에 전념토록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17개 지역에 산재해 있는 VTS 센터는 항만에 인접한 15개 지역은 해수부가, 진도연안과 전남 동부지역 등 2개 지역은 해경이 관할하고 있다. 이 중 해수부가 관리하는 VTS 센터는 각 지방해양항만청에 소속돼 있다. 1993년 포항항에 처음 도입한 후 여수 울산 마산 부산 제주 등 전국 15개 항만으로 확대 도입했다. VTS 센터 근무 인력만 275명에 이른다. 해수부 본부 내에서는 해사안전국 내 항해지원과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VTS 기능 이관으로 각 지방해양항만청의 조직 개편도 뒤따를 전망이다. VTS 업무가 항만관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후속 조치 논의 과정에서 연관 업무의 추가 이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수부 내 해사 안전 관리 기능의 추가 이관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해수부의 역할을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 및 진흥’으로 한정한 만큼 여타 해사 안전 업무도 국가안전처로 이관될 가능성이 있다. 해수부는 국토해양부 시절인 2012년 제1차 국가해사안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가 차원의 해사 안전 계획을 수립해 왔다.

해수부에서는 구체적인 향후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해 궁금해하면서도 개편 자체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가안전처가 해양안전 문제로 신설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부처 이기주의를 떠나 필요한 기능을 떼어내 합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