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탐사기획 이번에는 제대로 뽑읍시다 (2)] 삼겹살·술 얻어 먹고 ‘과태료 폭탄’

입력 2014-05-20 03:04

2010년 5회 지방선거를 앞둔 2월 한 춘천시장 예비후보자 A씨의 고등학교 후배 B씨는 홍보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삼겹살과 주류를 제공 받았던 대학생 37명은 ‘과태료 폭탄’을 맞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A씨가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날 식사비용은 모두 125만원으로, 1인당 평균 3만3000원이었다. 선관위는 모임을 주도한 대학생과 단순 참가한 대학생들을 나눠 50만원에서 169만원까지 과태료를 차등 부과했다. 대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불법선거의 책임을 금품·물품·향응 등을 제공받은 사람에게도 물린다. 무심코 가벼운 금품이나 식사 대접을 받았다가 과태료 폭탄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선거법 261조는 유권자가 제공받은 금액의 10배에서 최고 50배를 과태료로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이 적발된 사례는 4370건이다. 이 중 과태료 부과 사례는 모두 124건, 인원수로는 2320명이다. 선관위는 이 중 가장 많은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가 전남 화순의 기초단체장 입후보 예정자로부터 설 선물로 7만원 상당의 쇠고기를 선물받은 지역주민 32명에게 부과된 6720만원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금품 등을 받은 유권자에 대해 선거 관련 인지 유무, 정황·고의성 등 추가 확인·조사를 거쳐 물어낼 과태료의 배율을 정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19일 “선거기간에는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으로부터 선거와 관련해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유권자가 선거법을 몰랐고 선거와 관련 있는지도 몰랐다고 해서 과태료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과태료를 내야 하는 유권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선거일을 20일 앞둔 지난 15일 현재 과태료 대상 사례는 654건으로 집계됐다.

충남 서천 주민 300여명은 지난 설 명절 선물로 장아찌 선물상자를 받았다. 무심결에 선물로 받은 1만8000원짜리 장아찌는 알고 보니 서천군수 예비후보의 친척이 보낸 것이었다. 장아찌를 받은 주민들은 가격의 수십 배에 이르는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선관위는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뒤 과태료 부과 결정을 내린다. 부과 대상자는 소명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선관위는 다시 이를 검토한 뒤 최종 과태료를 정한다.

유권자는 의심스러운 물품이나 향응을 받은 경우 이를 선관위에 반납하고 자수할 경우 심사에 따라 과태료를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들 경우 바로 선관위에 문의하거나 신고 제보를 하는 것이 좋다.

탐사취재팀=하윤해 팀장, 엄기영 임성수 권지혜 유성열 유동근 정건희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