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탐사기획 이번에는 제대로 뽑읍시다 (2)] ‘안 걸리겠지’ 무모한 선거운동 ‘공범’ 돼선 안돼

입력 2014-05-20 04:21


(2) 당선에 눈이 멀어 선거법은 뒷전

검찰 고위 관계자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걸리지 않겠지’ 하는 겁 없는 무모함과 ‘이 정도는 문제 없겠지’ 하는 부주의한 태도, ‘유권자의 마음을 빨리 얻어야지” 하는 조급증이 당선무효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후보자들은 선거법을 어기는 행위를 할 경우 당선보다 처벌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천신만고 끝에 당선됐지만 불법 선거운동 혐의가 대법원에서 인정돼 당선무효된 사례는 모두 54건. 이를 전수 분석한 결과 겁 없는 무모함과 부주의한 태도, 조급함이 빠지지 않았다. 정정당당하게 얻지 않은 승리는 법적 처벌로 인한 당선무효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이번 6·4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금액이 적어도 불법은 불법=적은 금액이라고 해도 법망은 피할 수 없다. 변종윤 전 충북 청원군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모임에 참석해 음식값 20만원을 내줬다가 벌금 12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진호 전 양양군수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버스 운전기사와 지역 주민 2명에게 총 20만원과 물품 7만원 상당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군수직을 상실했다. 당선 8개월여 만이었다.

사소한 선물을 돌렸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사례도 있다. 이철우 전 경남 함양군수는 2010년 지방선거를 5개월 정도 앞두고 9000원짜리 멸치세트를 주민 80여명에게 보냈다. 이후 전화를 걸어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자기만 조심했다고 안심할 것은 못 된다. 선거 캠프의 회계책임자가 불법 선거 운동을 해 당선무효된 사례도 적지 않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자 본인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 회계책임자가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된다.

◇‘간통·아들 병역 기피…묻지마 네거티브’도 조심=고삐 풀린 네거티브로 기초단체장직을 상실한 경우도 적지 않다. 김세호 전 태안군수는 거리 유세에서 3차례에 걸쳐 “A후보가 간통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연설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했다. 결국 500만원 벌금형으로 당선무효가 됐다.

우건도 전 충주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토론회와 유세현장에서 상대 후보에 대해 “아들이 뒷심을 이용해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등 7차례에 걸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자리에서 쫓겨났다.

학벌을 속이는 등 경력 ‘뻥튀기’로 당선무효된 사례도 있다. 박한규 전 충북도의원은 경력란에 “A 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총원우회 고문”이라는 허위사실을 기재한 명함 123장을 돌리다가 기소돼 중도하차했다.

◇네거티브냐, 사실이냐…당선자 줄줄이 바뀌기도=이제학 전 서울 양천구청장은 선거 당시 경쟁자인 추재엽 후보에 대해 “추 후보가 보안사에 근무할 당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등을 고문했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추 후보는 곧바로 고소했고, 이 전 청장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250만원의 형이 확정돼 당선 1년 만에 옷을 벗었다.

이 전 구청장의 중도 하차로 치러진 재선거를 통해 이번에는 추 후보가 구청장이 됐다. 하지만 이후 고문 피해자의 증언이 나왔다. 대법원은 추 구청장이 재선거를 앞두고 보안사 수사관 근무 시절, 민간인 유모씨를 고문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한 재일교포를 간첩으로 지목하고 이를 유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추 구청장마저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이 전 구청장의 주장처럼 신영복 교수가 실제로 고문당했는지 등의 논란이 말끔히 정리된 상태는 아니다. 이 전 구청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적인 준비를 다 해놨고 재심 청구 시점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직 단체장이 직위 이용하다 ‘덜미’=재선·3선을 노리는 현직 단체장들은 자신의 당선을 위해 선거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다 철퇴를 맞기도 했다.

정윤열 전 경북 울릉군수는 군수 재직 시절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선거 홍보물을 제작하도록 하고 부재자 신고자 명단과 연락처를 유출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당선이 무효됐다.

3선의 강인형 전 전북 순창군수는 선거홍보물에 농약을 무상 지원하겠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기재하고 관내 이장들에게 선심성 특혜 수의계약을 발주했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단체로 보낸 ‘해맞이 가자’ 문자도 불법선거=박홍규 전 울산 중구의원은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2009년 12월 31일 유권자인 구민 3300여명에게 ‘해맞이 행사를 함께하자’는 취지의 단체 문자를 보냈다. 대법원은 “일상적, 사교적 행위가 아니라 인지도를 높여 선거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울산에서는 구청장 2명이 한꺼번에 날아간 사례도 있었다. 2010년 12월 조용수 전 울산 중구청장과 정천석 전 동구청장은 지역 언론사가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자 각각 500만원을 건넸다가 함께 물러났다.

탐사취재팀=하윤해 팀장, 엄기영 임성수 권지혜 유성열 유동근 정건희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