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이슬람 무장단체 리비아 의사당 공격

입력 2014-05-20 02:24

비(非)이슬람 세력 기반의 퇴역장성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무장단체 ‘국민군’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위치한 의사당을 18일(현지시간) 공격한 뒤 의회의 권한 행사 중단을 선포했다.

이슬람계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리비아 정부와 의회는 하프타르의 행위를 ‘쿠데타’라고 비난해 리비아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AP와 로이터 통신은 국민군이 장갑차와 대공화기, 로켓포 등을 동원해 리비아 최고 정치기구인 제헌의회(GNC) 의사당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국민군은 의회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의회로 진입해 건물에 불을 질렀다. 이슬람계 세력도 반격에 나서 트리폴리 시내 남부와 공항 근처 도로에서 국민군과 산발적인 교전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55명이 부상당했다. 이슬람계 의원과 정부 관리 20여명도 납치됐다고 리비아 정부는 설명했다.

국민군은 “이슬람 과격분자를 돕는 의회는 리비아 위기의 원인”이라며 “제헌의회 중단을 선포하며 60명으로 이뤄진 새 조직이 의회를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군은 17일에도 동부 벵가지의 이슬람 무장단체 군사기지를 공격해 최소 78명이 사망하고 141명이 다쳤다.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시절 군을 이끌었던 하프타르는 1980년대 물러났다가 2011년 카다피 정권이 축출된 이후 리비아군 재건을 맡았다가 곧 그만뒀다. 지난 2월 리비아를 이슬람 테러세력으로부터 구출하겠다고 선언하며 다시 등장했다. 국민군은 공군과 특수부대가 따로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직 실체가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리비아 제헌의회는 이슬람계와 민족주의자로 양분돼 있으며 각각 무장단체가 후원하고 있다. 최근 이슬람계는 비이슬람계의 반대에도 사업가 출신인 아흐메드 마티크를 새 총리로 임명해 반발을 불렀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민군 공격이 새 총리의 내각 구성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슬람계 중심의 헌정 질서 수립에 반대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쿠데타라는 지적도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