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19) 핸드백, 폼 나는 휴대용 금고

입력 2014-05-20 02:54


1800년대 멋의 고장인 프랑스의 여자들에게 핸드백이란 수가 아름답게 놓인 실크 주머니였다. 손에서 달랑이던 고귀한 주머니는 세월을 타고 놀라울 정도로 용감무쌍하게 변했다. 오늘날 핸드백의 형태와 소재, 크기, 모양, 쓰임새에 따른 종류는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핸드백 전문 업체뿐 아니라 패션 의류 업체, 구두 업체, 길거리 상점들까지 가방을 자체 제작해 내놓는 세상이니 넘쳐나는 핸드백에 눈이 돌아갈 따름이다.

1990년대 초반 핸드백의 신분은 옷을 떠받드는 ‘소품’에 불과했다. 지금은 계절마다 이슈를 몰고 나타나는 소위 ‘잇백’ 혹은 ‘시그너처’백의 출현으로 핸드백에 모아지는 관심은 식을 줄 모르고 잡지를 열면 눈여겨보도록 잡아끄는 것이 핸드백 광고들이다. 명품으로 인정받는 브랜드의 옷은 꿈조차 못 꾸지만 핸드백은 엄두를 낼 수 있어 인기를 끈다. 핸드백의 에너지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스타들의 행사와 공항 패션을 관찰하는 두 눈에 제일 먼저 담기는 것이 손에 들거나 옆구리에 끼거나 어깨에 멘 핸드백이다. 핸드백을 품은 모습 자체가 맵시이며 패션으로 읽힌다.

여자의 가방은 그 여자를 말해준다. 백을 보면 대충 든 사람의 성향이 그려진다. 폼을 중요시하는지 실용성을 우선시하는지 브랜드를 내세우고 싶어 하는지 가벼운 무게에 가치를 두는지 유행성에 치중하는지 감이 잡힌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나의 핸드백 예찬의 중심에는 대물림이 자리한다. 체형에 구애받지 않으니 자자손손 물려줄 수 있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