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기자의 암 환자 마음읽기] 임상실험, 기대반 우려반
입력 2014-05-20 02:28
전이성 유방암 환자 박영주(45)씨는 최근 주치의로부터 표적항암제를 이용한 임상시험에 참여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1차·2차 항암치료를 받아도 암 덩어리가 전혀 줄지 않았던 박씨는 마지막으로 남은 선택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쉽사리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임상시험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임상시험은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과정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약효평가를 전임상이라고 부르고 사람을 대상으로 할 때 임상시험이라고 말한다. 박씨처럼 여러 개의 항암제를 써 보아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임상은 신약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이자 새로운 희망이 된다. 임상시험센터가 개설된 대형병원마다 피험자보호센터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피험자보호센터는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임상연구가 윤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수행되는지 심의함으로써 연구에 참여하는 피험자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이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기관윤리생명심의위원회(IRB)에서는 연구자로부터 제출받은 임상연구계획서를 검토한 뒤 부작용이 우려되는 임상연구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김열홍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과거에는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을 권유하면 불쾌감을 표하는 환자가 많았다. 이 때문에 결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약임에도 함부로 권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전하고 윤리적인 임상연구를 위한 국가 정책이 수립되고 다양한 기구들이 마련되면서 안전성과 윤리적인 문제가 보완되었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의 장점은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의 첫 번째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약값을 포함해 환자가 부담해야 할 치료비용이 전혀 없다. 생사가 걸린 문제를 놓고 돈을 따지는 것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지만 막대한 치료비 부담으로 힘들어하는 보호자들이 적지 않다. 피험자에게는 연구간호사가 1대 1로 배정되고 이들이 환자의 증상과 부작용, 치료의 어려움 등을 면밀히 살핀다.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피험자는 즉각적으로 해당 임상시험을 중단하게 된다. 임상은 총 세 단계로 이뤄진다. 1상 임상시험은 치료독성을 평가하고 용량을 정하는 과정으로 대개 환자가 입원한 상태로 진행되며 하루 동안 심전도와 피검사 등 각종 검사를 여러 번 진행한다. 이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1상에 참여할 수 없고 또한 많은 수의 검사로 환자가 신체적·정신적으로 지칠 수 있다. 2상은 1상을 통해 얻은 약의 용법과 용량대로 환자에게 투여하고 약효를 평가하는 실험이다. 3상은 기존의 표준치료제와 신약을 비교하는 실험이다. 한 연구간호사는 “3상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 중에는 혹시 자신이 기존치료제 그룹에 배정되어 신약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임상시험은 쓸 치료제가 남아있지 않은 환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 거부감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참여한 임상시험에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상시험의 참여 여부를 결정할 때는 임상시험의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