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웅식의 빛으로 치료하는 암] 1903년 피부종양에 첫 광역학 치료
입력 2014-05-20 02:26
광역학 치료의 역사 [하]
지난 1960년 립슨(Lipson) 등은 헤마토포르피린 염화물을 염산과 황산으로 처리함으로써 헤마토포르피린 유도체(HpD)가 얻어짐을 보고했다. 이와 같은 헤마토포르피린 유도체 개발은 오늘날 광역학치료의 기초가 됐다. 빛과 화학물질이 상호 작용해 세포를 죽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이다. 이러한 현상은 당시 뮌헨에서 헤르만 본 타페이너(Herman von Tappeiner) 교수와 함께 있던 오스카 라브(Oscar Raab)라는 의과대학생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본 타페이너 교수의 최초 관심사는 말라리아 치료에 퀴닌이 효과적인 데 비해 또 다른 화학물질인 아크리딘(콜타르에서 얻은 물감성분)이 체외(in vitro)에서는 좀 더 독성이 있고, 체내(in vivo)에서는 효과적이지 못한 것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오스카는 이러한 아크리딘 색소의 효과에 대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던 중에 광역학 반응(photodynamic reation)을 처음으로 관찰했다.
아크리딘 색소를 희석해 60분에서 100분간 노출시키면 짚신벌레가 모두 죽는 것이 관찰됐으나, 다음 실험에서 800분에서 1000분간이나 길게 노출시켜도 짚신벌레가 살아있는 모순을 발견했다. 두 실험에서의 차이는 단지 한쪽 실험만 심한 천둥이 쳤던 날에 했다는 사실이었으며, 차이는 빛의 조건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오스카는 다시 실험을 통해 빛 없이 색소만 주거나, 색소 없이 빛만 노출시킨 짚신벌레들은 살아 있었으나, 색소와 함께 빛에 노출시킨 짚신벌레는 죽는 현상을 관찰했다. 오스카는 빛 자체가 아닌 빛에 의한 형광작용으로 아크리딘 색소로부터 어떤 물질이 생성돼 세포독성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러한 효과는 빛으로부터 화학물질에 에너지가 전달돼 세포독성 효과가 발행한다고 가정했다. 이후 본 타페이너 교수는 의학에 있어서 형광물질을 이용한 치료가 미래에 잠재적으로 충분히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최초로 광과민물질을 인체에 투여해 보고한 사람은 1900년 프랑스 신경과 의사인 프림(Prime)이다. 그는 간질환자에게 에오신이라는 염색약을 경구로 투여해 질병을 치료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를 한 뒤에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에 피부염이 발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으로 형광물질과 빛이 서로 상호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1903년 본 타페이너와 피부과 의사인 지쇼넥(Jesionek)은 피부종양에 에오신을 바르고 빛을 조사하면 종양에 반응이 나타남을 관찰하고 의학적으로는 처음으로 치료에 사용했다. 1904년 조드바우어(Jodlbauer)와 타페이너는 이러한 광과민 반응에 산소가 필수적임을 증명했고, 1907년 이러한 현상을 산소 의존성 광감작 현상으로 설명하고 광역학치료(photodynamic therapy)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타페이너는 1900년도 초기에 광감작제를 광역학 치료에 응용함으로써, 광역학치료의 초기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됐고, 이를 이용해 종양 치료를 가장 처음 시도한 사람이 됐다.
이러한 연구들에 의해 광역학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또한 폐암 초기 중심부 편평상피암종에 대한 굴곡성 기관지경 광역학 치료가 1980년 연구자들에 의해 세계에서 처음 시행됐으며, 이러한 시술을 통해 완전한 치료가 이뤄진 것이 보고됐다. 이후로 광역학 치료는 의료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 발전하게 된다. 방광암과 피부 종양 치료에 헤마토포르피린 유도체를 이용한 임상 시험이 시작됐고, 이러한 연구의 성공에 힘입어 점차 다양한 암과 광과민제 관련 시험이 이어졌다.
국제광역학학회 회장 (원광대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