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양성자치료, 암세포만 조준 정상조직은 보호한다
입력 2014-05-20 02:30
지난 3월 수모세포종이라는 뇌종양 진단을 받은 A(8)군은 이달 초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센터장 김주영)를 찾았다.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A군은 수술 후 방사선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A군의 아빠는 성장하는 아이에게 종양치료 시 방사선을 사용할 경우 종양이 아닌 넓은 부위의 정상조직에 방사선이 도달해 성장과정에서 뇌기능 발달에 이상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소문 끝에 A군의 아빠는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김주영 센터장은 “현재 A군은 양성자치료를 받고 있으며, 총 6주 동안 치료가 시행된다”며 “A군의 경우 아이가 암치료를 받고 성장하게 되면서 발현될 여러 가지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국립암센터에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자치료는 성인암에서 안구 흑색종, 척색종, 연골육종, 간암, 폐암, 전립선암 등에 우수한 성적을 보이나 현재 성인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암에서는 2011년 4월부터 일부 암종에서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된다. 따라서 해당 환자와 가족들이 경제적인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상태이다. 뇌종양, 중추신경계 종양, 안면부와 두경부 종양이 있으면서 18세 미만인 환자의 부담은 전체 진료비의 5%이다.
김 센터장은 “양성자치료는 전 세계 40여 기관에서 방사선치료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파장성이 강한 일반 X선 치료와는 달리 양성자치료는 수소입자에서 전자가 박리돼 생긴 수소핵이 빛의 속도의 3분의 2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가속되어 체내 일정 깊이에서 에너지를 발산함으로써 암세포를 살상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X선은 체내를 통과하는 반면 양성자와 같은 입자는 일정 깊이에서 멈춰버리기 때문에 종양 후방에 있는 정상조직에는 방사선이 노출되지 않는다. 이는 임상적으로 정상조직 합병증을 줄여주는 효과와 연결되기 때문에 자라나는 어린이에서 발생한 암에 대해서는 성인에서보다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실제 2013년 통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0만명 정도가 양성자로 치료를 받고 있고, 소아환자는 약 3000여명에 달한다. 이러한 숫자는 양성자치료가 이미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된 새로운 방사선치료의 형태로 인정받고 있음을 뜻한다. 현재 국내에서 양성자치료를 시행하는 곳은 2007년 4월 문을 연 국립암센터가 유일하다. 특히 국립암센터는 오는 6월 양성자치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 양성자 분포가 기존보다 더 정밀해져 암세포만을 타깃으로 하고 정상조직은 더 정밀하게 보호할 수 있는 스캔빔 테크닉을 적용할 예정이다. 김주영 센터장은 “세계적으로 양성자치료센터는 과거 10년 사이 2배 늘었고, 앞으로 10년 안에 최소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양성자치료는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소아 청소년들과 그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