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김열홍 교수 “임상시험 통해 최선·최상 항암제 찾죠”
입력 2014-05-20 02:21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항암제를 연구하는 단체다. 항암제는 암세포를 죽이는 ‘독’이다. 적정량을 사용하면 암세포만을 죽이지만 과하면 구역질이나 구토, 탈모, 손발 저림 등 각종 부작용으로 환자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수십 종의 항암제를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독성이 덜한 최상의 항암제를 찾는다.
2년 전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던 김열홍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누군가는 나서서 공익적인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며 연구회의 존재가치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항암제 각각의 유효성과 부작용을 평가한 임상시험은 있지만 이들을 서로 비교하는 임상시험은 없다. 항암제를 만든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이미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시장에 나왔는데 퇴출 위험을 감수하고 약효를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리가 없다. 그러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치료를 받는 환자 입장에서는 두 항암제를 비교한 임상시험 데이터가 필요하다. 좀 더 우월한 약을 찾고 그 약에 보험급여를 적용함으로써 많은 환자들이 약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연구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독성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한다. 이때 무작정 투여량을 줄이면 항암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암세포가 커지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다. 연구회에서는 항암제의 투여 횟수를 얼마큼 줄였을 때 치료효과가 없어지는지 알아보는 임상시험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며칠 전 한 방송에서는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받아들인 암환자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구역질이나 구토, 손발 저림 등의 고통스런 부작용은 항암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김열홍 교수는 “이 항암제 한 번 써 보자는 식으로 대강 치료를 권하는 의사는 없다. 수십 종의 항암제 가운데 환자의 사회적 활동도, 전신 상태, 나이, 암세포의 조직학적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암제를 선택하고 선택한 항암제가 가져다줄 치료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저울질하며 고민을 거듭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항암치료에 대해서는 유독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단 한 번의 항암제로 완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과 ‘항암치료를 하면 힘들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는 생각으로 나뉜다. 항암치료를 한다고 해서 좋아질 확률이 100%인 것은 아니지만 항암치료를 하지 않으면 암 덩어리로 인한 고통을 없앨 수 없다”며 “많은 암환자들이 이 힘든 항암치료가 언제 끝나나 하며 우울해하지만 주치의 입장에서는 항암치료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심정으로 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김열홍 교수의 1년은 바쁘다. 그가 진행하는 암환자 대상 임상시험만 해도 스무 개가 넘을뿐더러 한국유전체학회에서도 임원으로 활동하며 유전체를 기반으로 한 맞춤의학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주치의의 진찰소견, X-ray, CT, MRI 등을 이용한 검사실 소견, 약제의 반응 여부, 환자의 유전체 분석결과 등이 전산화로 모아지면서 빅데이터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바이오 빅데이터는 개인 맞춤형 의학으로 이끄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