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정복 프로젝트] 분당서울대 이정렬 교수 “젊은 여성 암환자 임신 가능성 열었죠”

입력 2014-05-20 02:20


“이제는 암 치료 이후 삶의 질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암 치료를 받는 여성 환자도 가임력 보존을 위한 난소조직 냉동보관을 통해 임신이 가능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정렬 교수는 “여성 암환자의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 난소조직을 동결로 보관해 추후 임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분당서울대병원 서창석·이정렬 교수팀은 최근 난소 조직 동결의 새로운 방법인 유리화 동결시 난소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동결법을 발표했다.

젊은 여성이 암에 걸리면 아이를 낳기가 쉽지 않다.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으로 인해 난소가 손상돼 임신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가임기 암환자에서 치료와 동시에 가임력을 보존하는 방법은 암환자 부부에게 중요한 고민이 되고 있다. 가임력 보존 치료는 젊은 여성 암환자들이 암 치료 후에도 임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다만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이전에 시행해야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동안 암환자의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배아·난자 동결보존법이었다. 그러나 소아암 환자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암 치료가 시급해 과배란유도법을 통해 난소를 채취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었다.

이에 새로운 치료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방법이 난소 조직 동결이다. 이 교수는 “난소조직 동결은 과배란 유도가 필요 없어 초경 전 여성과 미혼 여성에도 즉시 적용이 가능하며 항암치료의 연기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방법은 난소조직을 처리 동결한 후 몇 년 뒤 암 치료가 끝나고 동결 보존됐던 난소를 환자에게 재이식해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난소조직은 난자·배아와 달리 상대적으로 부피가 크고 구성하는 세포의 종류도 많다. 이에 조직 전체를 동결하고 해동하는 방법은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활발히 시도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교수팀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연구에 착수해 성공했다.

난소 조직을 얻기 위해서는 복강경 수술을 시행한다. 이 교수는 “수술은 배꼽에 구멍 하나만 뚫어 수술하는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로 진행된다”며 “수술 소요 시간도 10분 정도로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난소조직을 떼어낸 후 동결이 되고 나면 초저온의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보존돼 동결보존의 기간에는 제한이 없다. 성공적으로 이식된 난소조직의 수명은 평균 4∼5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생존기간 동안 자연임신이 가능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5년간 40억원을 지원받아 난소조직 동결, 정원줄기세포 등을 연구하는 정부지원 가임력 보존 연구의 책임 연구기관으로, 현재 국내 가임력 보존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정렬 교수는 “이 과제의 목표는 암환자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이 프로토콜을 전국의 거점 병원으로 기술 이전해 한국인이라면 거주지에 관계없이 누구나 동일 수준의 가임력 보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암 치료 후 어머니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환자들에게 힘든 암 치료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며 “가임력 보존 치료를 통해 암 치료 후의 행복한 삶을 가꾸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