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이야기-암환자 식욕부진 개선제 ‘메게이스’] 투석환자 식욕부진에도 효과 높아
입력 2014-05-20 02:19
암환자의 대부분은 식욕 부진에 의한 영양 결핍에 시달린다. 암환자의 영양 결핍은 정상인이 먹지 못해 체력이 떨어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기 위해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은 환자의 식이조절 메커니즘에 장애를 일으켜 식욕부진을 유발한다. 또 비정상적인 대사 변화를 유발해 체내 지방과 근육을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한다.
실제 미국에서 나온 한 보고에 따르면 암환자의 63%가 영양실조 증상을 보였는데 그 중 소화와 관련이 깊은 위암과 췌장암 환자의 경우 무려 83%가 영양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20% 이상은 사망 원인이 영양 부족일 정도다. 하지만 암환자에게 음식을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먹지 못할 경우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는 링거 수액제에도 한계가 있다. 소화기관을 약화시켜 소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암환자에게 식욕부진을 돕는 개선제가 있다. 바로 메게이스다. 메게이스는 미국 제약회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이하 BMS)가 1971년 자궁내막암,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했다. BMS는 임상 과정에서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 투여 시 식욕 개선과 체중 증가 효과가 관찰되면서 식욕 부진과 악액질 치료제로 1993년 9월에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10월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보령제약이 2001년 4월부터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암과 에이즈 환자의 식욕을 개선시켜 심한 식욕 부진 및 이로 인한 체중 감소와 악액질을 치료해 주는 항암치료 보조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 보령제약은 메게이스의 입자크기를 50배 정도 작게 줄여, 체내 용해율과 흡수율을 높인 ‘메게이스 에프’를 선보이기도 했다.
암환자의 체내에선 항암제와 방사선의 지원을 받은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런 암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체력이다. 식욕이 극도로 떨어진 암환자 66명을 대상으로 메게이스를 복용토록 한 결과, 32%에서 체중이 증가했고 암세포 전이율도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욕 부진 및 이로 인한 체중 감소와 악액질(암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빈혈·피부의 색소침착을 동반하는 전신쇠약상태)은 암환자에게서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다. 만성 울혈성 심부전, 류머티즘 등의 만성질환에서 심각한 식욕 부진 및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만성 신부전은 암과 마찬가지로 식욕 부진과 악액질, 체중감소를 일으키는 만성 소모성 질환으로, 투석중인 말기신부전 환자에서 영양실조(PEM)의 빈도는 매우 높다. 식욕 부진과 연관된 ‘영양실조-염증 복합 증후군’은 많은 신부전 환자에서 나타나며 이는 환자의 삶의 질 저하와 사망률 증가로 연결된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사이토카인 등으로 인한 식욕 감퇴, 투석으로 인한 영양 손실 등이 있다.
특히 투석 환자는 식욕부진 및 체중 감소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환자군으로 이 환자들의 증상 개선에도 메게이스가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신경학회지의 자료에 따르면 혈액투석 환자 중 혈청 알부민 치가 3.5g/dL 미만이거나 4.0g/dL 미만이면서 식욕부진을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메게이스를 투여한 결과 영양학적 지표, 염증, 식욕부진이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