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유병언 금수원 안에 있다” 했다가 말 바꿔… 금수원 내부 언론에 첫 공개

입력 2014-05-19 03:11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가 18일 경기도 안성 금수원 내부를 언론에 공개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신도들에게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아직 금수원 내부에 있다”는 발언도 처음 나왔다.

금수원이 공개한 시설은 유기농 농장과 양어장, 유 전 회장이 사진작업을 하던 스튜디오 건물 외부 등이다. 일부 신도는 취재진의 모습을 촬영했고 정해진 코스로만 기자들을 안내하며 보안에 많은 신경을 썼다. 핵심 건물인 종교시설은 교인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금수원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 유 전 회장의 업적과 자연친화적 삶을 취재진에게 반복해 설명했다.

‘결사항전’을 외치며 신도들이 모여 있는 정문 쪽과 달리 금수원 내부는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산과 저수지, 밭과 양식장 등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금수원 농장에서는 교인 50여명이 저수지와 양어장 13곳에서 민물장어 메기 송어 미꾸라지 등을 기르고 있었다. 젖소와 한우 90여 마리, 당나귀 70여 마리도 있다. 농장 관계자는 “생산된 농작물은 교인 중심으로 판매된다”며 “농장은 교단 헌금으로 조성됐기에 유 전 회장의 개인 사유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유 전 회장이 2009년부터 4년 동안 사진작업을 했다는 대강당 건물 1층은 예배당으로 쓰이고 있었다. 2층 창문에는 햇빛을 막는 차양막이 드리워졌다. 주위는 나무가 울창했다. 금수원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이곳에서 약 300만장의 풍경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월호 사고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긴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다판다 판매원의 대자보도 붙어 있었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의료인회 소속 외과의사인 구회동(51)씨와 유 전 회장의 지인 이재옥 해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 금수원 내 순영목장 팀장 등이 취재진을 안내했다. 금수원 23만㎡의 대부분은 목장과 농장이고 종교시설은 2만여㎡라고 했다. 주변 임야는 자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 이사는 “유 전 회장이 아이디어를 내 유기농 축산과 농법을 가르쳤고 4년간 금수원 종교시설(대강당)의 2층에 침실과 토론방을 마련하고 작품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이 금수원에 머물고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 이사는 “유 전 회장님을 큰 소리로 부르면 대강당 2층 침실에서 창문을 열고 내다볼 수도 있으니 한번 불러보라”고 했다가 취재진이 재차 질문하자 “내 생각에는 거주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모른다”고 말을 바꿨다. 또 “세월호 참사 후 1주일쯤 지나 유 전 회장과 마지막으로 금수원에서 만났다”고 했으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함구했다.

유 전 회장이 작품활동에 활용한 공간은 철조망으로 통제돼 있었다. 900여㎡의 평지와 1000여㎡의 연못이 있어 마치 공원과 같았다. 주변에는 뽕나무, 은사시나무와 울창한 수풀이 조성돼 있었다. 유씨는 고라니 꿩 등 야생동물이 연못으로 나오는 순간 등을 기다려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수원은 취재진에게 유기농 우유와 말린 사과, 고로쇠물, 사탕, 떡을 간식으로 제공하고 유 전 회장이 촬영한 사진으로 만든 2014년 달력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입구에선 신도 1700여명이 모여 검찰의 강제 진입에 대비했다. 한 신도는 “정부의 떠넘기기 행태에 온힘을 다해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