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로 규제혁파·개혁 동력 상실 서민·민생 보듬는 정책 大전환 필요
입력 2014-05-19 02:39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 주춤했던 규제혁파와 공공기관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기업의 배만 불리는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관(官)피아’ 문제가 대두되면서 두 어젠다는 힘을 잃었다. 여기에 경기 위축과 사회적 분열 현상을 감안할 때 서민과 민생을 보듬는 정책으로 큰 틀의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발표될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규제혁파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도 속도감을 갖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예정됐으나 세월호 참사로 연기된 대통령 주재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다음달 중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시한이었던 국무조정실과 각 부처 간 규제개혁 시행 방안 조정도 이달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초 복지 확대, 중산층 70% 복원, 경제적 약자 보호를 국정 우선순위로 뒀었다. 그러나 집권 2년차를 전후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와 공공기관 개혁으로 바뀌었다. 지난 3월 7시간에 걸친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등 대통령이 진두에 서면서 두 개혁 작업은 거칠 것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두 개혁의 부작용을 오롯이 드러냈다. 2009년 규제완화 차원에서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면서 세월호가 지금까지 운행할 수 있었다. 규제완화가 돈에 눈 먼 기업들의 배만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된 셈이다. 선박 안전을 관리·감독할 유관 공공기관에는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들이 줄줄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가면서 제대로 된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는 안전 관련 규제를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관피아 근절 방안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월호 참사 이전의 개혁 추진동력은 이미 상실됐다는 평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보다 규제개혁에 무게를 둔 대통령 담화는 ‘말로만 민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출범 당시 약속대로 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기업 투자 위주 정책보다는 가계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복지를 강화하고 근로자의 임금을 높여 내수를 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선정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