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탐사기획 이번에는 제대로 뽑읍시다 (1)] 선출직의 ‘막장 드라마’
입력 2014-05-19 02:31
2010년 지방선거 당선자들은 뇌물수수 같은 비리 말고도 다양한 이유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이들의 중도 퇴진 사유를 보면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쑥대밭 된 지역사회=오현섭 전 전남 여수시장은 2010년 재선에 도전하면서 전남도의회와 여수시의회 의원들에게 전방위적으로 금품을 살포했다. 무려 11명이 돈을 받은 게 들통나 뇌물수수 또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줄줄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시의원 재적 26명 중 7명, 도의원 재적 62명 중 4명이 피선거권을 상실한 초유의 사건이었다.
특히 의회 정원의 4분의 1 이상 궐원이 발생했을 때 단독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여수시의회만을 대상으로 하는 보궐선거가 전국 최초로 실시될 뻔했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판결이 시차를 두고 나와 간신히 불명예는 피할 수 있었다.
◇공무원 때리고 시민 폭행하고=2011년 6월 10일 오후 9시쯤 화순군청 당직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만취한 전남 화순군의회 정중구 의원의 목소리였다. “전화를 예의 없게 받는다”고 호통을 친 정 의원은 당직실로 쳐들어가 들고 있던 책자로 한 공무원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대법원은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2012년 3월 3일 갓 자정을 넘긴 야심한 시각에 인천 서구 심곡동의 한 식당이 소란스러워졌다. 서구의회 이상섭 의원이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본 40대 중반의 남자 손님이 “의원 XX가 밤에 술 처먹으러 다닌다”고 핀잔을 줬다. 격분한 이 의원은 식당 내에 있던 도자기를 집은 뒤 손님의 머리를 때려 상해를 입혔다.
◇국회의원 선거 돕다가 자기 자리 잃고=경기도 용인시의회 설봉환 의원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주민 61명에게 10만원권 상품권 77장을 나눠준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설 의원은 이 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경기도 고양시의회 이중구 의원은 2012년 총선 전 열린 당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문자메시지를 3000여명에게 발송했다.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아들을 시켜 문자를 보낸 정황이 밝혀졌다.
◇“의장 되게 도와주세요”…주거니 받거니=경남 하동군의회 신재범 의원은 군의회 후반기 의장직을 노렸다. 신 의원은 2008년 전남 광양의 한 식당에서 당시 하동군의회 전반기 의장이었던 인사에게 현금 1000만원이 담긴 녹차박스 1개를 전달했다. 의장 선출에 도움을 달라는 명목이었다. 신 의원의 군의회 의장 꿈은 물거품이 됐고 의원직까지 내놓아야 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경북 예천군의회 이준상 의원은 2012년 동료 의원에게 의장 선출을 돕겠다는 약속을 한 뒤 묵직한 봉투를 받았다. 봉투 안에는 500만원이 들어있었다. 추가로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은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 받았다.
탐사취재팀=하윤해 팀장, 엄기영 임성수 권지혜 유성열 유동근 정건희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