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개혁·규제완화 왜 힘들어졌나] 낙하산 인사 근절 방안 끝내 외면
입력 2014-05-19 02:27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과 규제완화 어젠다는 세월호 풍랑을 만나 좌초 직전 모습이다. 정부는 여러 차례 밝힌 공공기관 개혁 대책에서 낙하산 인사 근절 방안을 외면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윤에만 혈안이 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은 과도한 복리후생 축소와 부채감축이 골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는 퇴직 관료들의 산하기관 재취업과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근절에 관한 대책은 없다시피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번만큼은 소위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재취업을 ‘보장된 인생 2막’으로 여기는 공직사회의 해묵은 습성을 혁명 수준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개혁 성공을 장담키 어렵다.
공공기관 낙하산 논란에 대한 관료사회의 기본 입장은 정부 지분이 100%인 공공기관에 관료나 정치인이라고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18일 “공공기관 경영은 민간기업처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정부 정책을 잘 집행하면 된다”며 “공무원 가는 것을 무조건 낙하산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대 정권 사례를 보면 보은인사 차원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정치권 출신의 수장들은 공공기관의 재정 건전성은 뒷전으로 밀어놓기 일쑤였다. 이들은 자리를 보장받는 대가로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국가 시책에 적극 협조한다’며 부채를 떠안았다.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전직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해양 안전 관련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해양수산부 출신 전직 관료들은 관리·감독에 소홀하면서 ‘해피아’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낙하산 인사들이 기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기업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세월호 참사 이후 급격히 추진력을 잃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당초 지난달 30일까지 모든 부처와 규제개혁 시행방안 협의를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안전규제를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안전 및 소비자보호 관련 등 꼭 필요한 규제는 건드리지 않고 기업 활동과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는 지속적으로 개혁하겠다는 보완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규제완화=일자리 창출’ 공식이 국민들에게 ‘규제완화=안전 위협’으로 읽혀지면서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