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긴급민생대책] 융자 위주여서 서민 체감효과 미미
입력 2014-05-19 02:27
정부는 지난 9일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여행·운송·숙박업 등 세월호 참사 이후 부진한 소비로 피해를 입은 업종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책 대부분이 기금과 정책금융을 활용한 융자 위주여서 영세사업자와 저소득층에서는 피부에 와 닿는 정책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융자 규모도 750억원에 불과해 회의 때 업계에서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자 이틀 만에 부랴부랴 지원 규모를 1800억원으로 늘리는 무계획성을 드러냈다.
이는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재정을 풀어 민생대책을 마련했던 2008년과 큰 차이를 보인다. 당시 고유가로 물가불안 등 서민경제 전반에 타격이 예상되자 이명박정부는 세금을 돌려주는 방식의 소비진작책을 시행했다.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 직접 재정을 지원해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총급여 36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와 종합소득금액 2400만원 이하 영세자영업자에게 연간 6만∼24만원의 유가환급금이 지급됐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민생대책에는 정부의 추가 재정 지원은 없다. 상반기 재정집행 규모를 7조8000억원 확대키로 했지만 하반기에 쓸 돈을 미리 당겨 써 경기를 보완하자는 차원이지 서민경제를 살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재정여건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2008년 당시에는 정부가 쓰고 남은 돈을 의미하는 세계잉여금 중 4조9000억원이 활용됐고 세수도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잉여금이 8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에는 나라살림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8일 “2008년 당시 묻지마 지원책으로 재정이 열악해진 것”이라며 추가 재정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기업만 살리는 규제개혁에서 민생경제 살리기로 정책기조를 돌려놓지 않는 한 정부의 내수진작책은 ‘원포인트 대책’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달 소비지표를 검토한 후 다음 달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종합적인 경기부양책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