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다시 불붙는 중국내 ‘혐한’… 한류 열풍에 찬물

입력 2014-05-19 02:25


[친절한 쿡기자] 중국에서 한류를 주도하는 한국 연예인들 인기는 대단합니다.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이 각종 CF를 찍고, 이민호와 이승기는 팬 미팅을 개최하며 승승장구 중이죠. 이런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 크리스(본명 우이판·24·사진)가 제기한 한 장의 소장 때문입니다.

크리스는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을 해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취지는 간단합니다. SM이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했으므로 소를 제기한 시점에서 계약을 무효로 해 달라는 것이죠. 크리스는 현재 중국으로 출국해 SM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아이돌 그룹 멤버가 회사에 불만을 제기하고 탈퇴한 흔한 상황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엑소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지만 중국에서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는 그룹입니다. 최근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역을 맡았던 전지현보다도 인지도가 높습니다.

지난 17일 한국 가요 프로그램인 MBC ‘쇼 음악중심’과 중국의 CCTV 순위제 음악 프로그램 ‘글로벌 중문음악 방상방’에서 양국 동시에 1위를 거머쥐었을 정도입니다.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는 129위, 빌보드 신인 가수 앨범 차트인 히트시커스(Heatseekers) 차트 1위에 올라 한국 남자 그룹으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죠. 그런 엑소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끌었던 멤버가 중국계 캐나다인 크리스입니다. 그런데 그가 SM에 등을 돌리며 엉뚱하게 중국에서 혐한 여론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겁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반감은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중국은 대중문화 분야에서도 ‘중화사상’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넓은 대륙과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문화가 가장 우월하다는 생각이 한류 때문에 자존심 상하게 된 것이 한몫했습니다.

크리스의 소송이 점점 커지는 한류의 발목을 잡고 혐한을 일으키는 새로운 계기가 된 겁니다. 크리스의 국적은 캐나다지만 그의 부모는 두 사람 다 중국인이며, 고향은 광저우입니다. 중국의 혐한 세력들은 “한국인들이 중국인 멤버 크리스를 따돌렸다” “엑소의 한국 멤버들이 아동을 7년간 성폭행했다”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한다”는 식의 루머를 퍼트리고 있습니다. ‘더러운 한국의 연예기획사’라는 거짓 이미지를 퍼뜨리며 반한 감정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런 여론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을 아예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몰아내자는 여론까지 일어나고 있죠. 중국 연예계에서 SM 등이 입지를 다지는 것이 싫었던 중국의 기획사들 중엔 인터넷에 “SM에 대한 안 좋은 정보를 수집한다”며 5만 위안(한화 약 820만원)의 상금을 내건 곳도 나왔습니다. 중국의 한 가수가 일으킨 바람이 태풍이 되어 한류를 뿌리째 흔들 기세인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사태를 지켜봐야 할 일”이라면서도 “중국은 국민 특성상 타국 연예인들이 활동하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한류 열풍이 불며 막 쉬워진 참이었는데 앞으로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