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불법영업 뿌리뽑는다… 신고 포상금 5배 늘려

입력 2014-05-19 02:21


최근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하려고 생각했던 A씨는 평소 참여해 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눈에 띄는 글을 발견했다. ‘신용카드 스팟 특가’라고 제목이 적힌 글에는 A씨가 신용카드를 신청하면 ‘혜택’을 준다고 써 있었다. A씨는 곧장 글쓴이에게 쪽지를 보냈다. 1시간쯤 지나 돌아온 답장에는 ‘카드 수령일에 6만원 드림. 6개월 이상, 3개월 매월 30만원 이상 사용 조건’이라고 적혀 있었다. A씨가 원한 신용카드 연회비의 6배에 달하는 돈이었다.

신용카드 연회비를 훌쩍 넘는 혜택으로 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일이 끊이지 않자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들었다. 금감원은 강도 높은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동시에 신고 포상금액을 높여 신용카드 불법모집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현금이나 고가의 경품으로 불법적으로 신용카드 회원을 모집하는 일을 없애기 위해 여신전문금융협회와 함께 종합 대응방안을 마련했다고 18일 밝혔다. 금감원은 정보유출로 3개월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맞았던 KB국민·NH농협·롯데카드가 지난 주말부터 영업전선에 뛰어들면서 불법모집이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각종 물놀이시설이나 놀이공원 등에서 과도한 경품 제공 행태가 살아날 수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상반기 중 신용카드 모집실태 현장점검을 강도 높게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놀이공원 입구 등에 자리를 잡고 여러 회사의 카드를 홍보하는 ‘기업형 모집인’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다. 카드 모집인이 고객에게 현금을 건넸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좌추적도 활용된다. 자사 모집인의 불법을 알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카드사 임직원에 대해서는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제재하기로 했다.

금감원과 함께 여신협회는 놀이공원 등 카드모집인이 많은 곳의 관리처와 핫라인을 구축한다. 협회는 이들로부터 신고를 받아 곧바로 기동점검을 펼치게 된다. 점검 인력도 늘어난다.

유명무실했던 카드 불법모집 신고제인 ‘카파라치’ 제도도 개선된다. 이 제도는 2012년 12월부터 운영됐으나 신고 접수는 월평균 11건, 포상 실적은 월평균 4건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이에 다음 달부터 신고기간을 ‘불법모집 인지 후 20일 이내’에서 ‘60일 이내’로 늘리기로 했다. 길거리 카드회원 모집이나 연회비 10% 초과 경품 제공 등을 신고하면 50만원(기존 1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 타사 카드 모집이나 미등록 모집 신고 포상금은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된다. 연간 포상 한도도 1인당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오른다.

17일부터 영업을 재개한 KB국민·농협·롯데카드는 주말인데도 카드모집인을 동원해 신규 고객 접수 등 그동안 밀렸던 업무를 처리했다. 신상품도 잇따라 내놓는다. 국민카드는 포인트 특화 신용카드인 ‘가온카드’와 훈민정음 시리즈 신상품 ‘정 체크카드’를 이달 말 출시할 계획이다. 농협카드는 19일 해외전용 상품인 ‘글로벌 언리미티드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진삼열 천지우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