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합창단 급조… 썰렁한 반쪽 기념식

입력 2014-05-19 02:20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지난해에 이어 또 유족들이 참석하지 않은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인사와 시민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전 10시 광주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4주년 기념식에는 유족 등 5·18단체 회원들이 불참했다. 국가보훈처가 국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거부한 데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기념식에서 ‘오월의 노래’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합창단도 급조돼 5·18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보훈처는 기념식을 위해 240명의 ‘전국 연합 합창단’을 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광주의 아마추어 합창단과 예술고 학생, 일반 대학생이 다수였다. ‘일당 5만원’에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 많았고 준비가 덜 돼 ‘오월의 노래’ 합창 때는 입조차 열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참석 거부로 태반이 비어 버린 유족 자리를 메우는 역할도 했다. 기념식에는 재향군인회 등 보훈단체 회원들도 관광버스로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5·18 유족 대표가 맡았던 5·18 경과보고도 전홍범 광주보훈청장이 대신 낭독했다.

5·18이 199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정부 주관 5·18기념식이 파행으로 치러진 것은 2010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