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한국서 번 돈 절반 본국 보내… 당국 “‘돈 빼가기 의혹’ 따진다”
입력 2014-05-19 02:06
금융당국이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검사에서 해외 용역비 사용의 적정성을 따져볼 방침이다. 외국계 금융사가 본사에 경영자문료·전산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보내는 비용을 가리키는 해외 용역비는 사용내역이 불투명한데다 최근 경영실적 악화 속에서도 송금액이 늘어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을 해외로 빼돌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오는 26일부터 4주간 씨티은행에 대한 공동 검사를 실시한다. 최근 씨티은행의 대규모 구조조정과는 무관한 정기검사지만, 이 은행 노조가 해외 용역비를 통한 국부 유출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해 검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각의 주장대로 편법적인 용역비 지급이라면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과 한국SC은행의 지난 10년간(2004∼2013년) 당기순이익을 합하면 5조7841억원인데, 이 기간 두 은행의 용역비와 배당금 합계는 3조2479억원으로 순이익의 56.2%에 달한다. 또 용역비 합산액이 1조9388억원으로 배당금(1조3091억)보다 많다.
씨티은행이 10년간 지출한 용역비 1조2185억원 가운데 미국 본사에 보낸 해외 용역비는 62% 수준인 7541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은행 순익은 2011년 4567억원에서 지난해 2191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지만, 같은 기간 해외 용역비(추정치)는 745억원에서 1390억원으로 오히려 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대해 “순익이 줄어 본사로 가는 배당금이 감소하니까 용역비를 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SC은행의 경우엔 지난해 용역비(국내분 포함)가 1873억원으로 순익(1824억원)보다도 많다.
은행뿐 아니라 외국계 보험사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해 510억원 순손실을 낸 알리안츠생명은 30억∼40억원을 해외 용역비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구체적인 용역비 지출 내역에 대해선 영업기밀이라며 밝히지 않으면서 “해외 용역비 지급은 다국적 기업의 일반화된 경영원칙이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금융사 노조와 시민단체는 외국계 기업의 불투명한 내부거래에 대해 금융 당국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외국계 회사의 내부거래를 직접 규제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건전성이나 소비자보호 문제는 당국이 관리감독을 하는 게 맞지만 배당금이나 본사와의 이전거래를 직접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