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유병언 일가 숨겨진 계열사 ‘TRG리츠’ 찾았다

입력 2014-05-19 02:06


금융당국이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숨겨둔 계열사를 적발, 회계처리 적정성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알지개발전문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TRG리츠)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최대주주인 건설사 ㈜트라이곤코리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청해진해운 계열사들의 외부감사를 도맡았던 세광공인회계사 감사반은 트라이곤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서 “TRG리츠가 트라이곤코리아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TRG리츠를 관계회사로 분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TRG리츠를 감사한 안진회계법인은 두 회사를 특수관계로 해석, 세광공인회계사 감사반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처럼 트라이곤코리아와 TRG리츠에 대한 회계법인들의 외부감사 의견이 엇갈리는 점에 주목, 두 회사의 관계 및 회계·여신처리 적정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TRG리츠의 지분 32.9%를 보유한 최대주주 트라이곤코리아는 지난 3월 12일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TRG리츠에 대한 유의적인 영향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감사보고서에는 “(TRG리츠의) 지분율이 20%를 초과하지만 소규모 회사로서 지분변동액이 중요하지 않다”는 주석이 달렸다. 세광공인회계사 감사반은 이 내용들을 적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TRG리츠의 외부감사법인인 안진회계법인은 정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트라이곤코리아가 TRG리츠에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둘의 관계가 엄연히 특수관계에 해당한다고 평가한 것이다. TRG리츠와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3월 21일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로 트라이곤코리아를 기재하고, 지난해 3억6200만원가량의 중요한 거래내역이 있었다고 밝혔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특수관계자 여부에 대한 두 회계법인의 진단이 충돌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금융당국은 두 회계법인 중 안진회계법인의 진단이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TRG리츠는 서울 광진구 화양동 일대에 지하 4층부터 지상 14층에 이르는 주상복합빌딩(트라이곤시티)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에는 트라이곤코리아와 트라이곤코리아의 권오균 대표이사(유 전 회장의 처남)가 연대보증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광공인회계사 감사반이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신빙성 판단에 참고됐다.

금감원은 TRG리츠가 유 전 회장의 숨은 계열사로서 수행한 역할이 있는지 주목하는 한편 금융권 여신의 문제성 여부도 따지고 있다. TRG리츠는 2012년 7월 20일 수협중앙회와 신한캐피탈에서 각각 연 7%에 65억원씩 총 130억원을 빌렸다. 이에 금감원 기획검사국은 지난 9일부터 수협중앙회와 신한캐피탈의 특별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일가 및 청해진해운의 숨은 계열사를 더 찾기 위해 회계감리, 자금 추적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