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아이가 맨손으로 펄을 파헤치는 꿈을 꿨어요”
입력 2014-05-19 02:52
“아이가 펄을 파헤치는 꿈을 꿨어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실종된 자식을 찾으려는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을 성난 바다가 들어주었다.
지난 17일 전남 진도 팽목항 선착장에서 한 어머니가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을 품에 안았다.
단원고 남학생으로 추정되는 A군은 이날 오전 세월호 4층 선수 좌현 부분에서 발견됐다. DNA 대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부모와 가족들은 “아들이 맞다”며 A군 옆을 지키고 있다. 발견 당시 A군이 지니고 있는 게임기가 아들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A군의 어머니는 지난 16일 팽목항 가족대책회의소에서 열린 실종현황 브리핑에서 해경 관계자에게 “아이가 자꾸 꿈에 나온다. 밖으로 나오려고 맨손으로 펄을 파헤치고 있다”며 “오늘도 바지선으로 아들 마중 갔다가 그냥 왔다”고 하소연했다. A군 어머니는 특히 해경에 “4층 선수를 수색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A군은 우연히도 4층 선수 좌현 부분에서 발견됐다
지난 16일에는 한 자원봉사 여성이 A군의 부모가 팽목항 등대에 가지런히 놓아둔 신발을 바다에 던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신발은 “어서 긴 여행에서 돌아와 신발도 옷도 입어봐야지 아들. 엄마소원이야 아들 얼굴 한번 만져나보자, 어서 돌아와 줘”라고 쓴 편지, 운동복과 나란히 놓아둔 것이었다. 자원봉사 여성은 A군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며 바다에 신발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대원은 A군 부모가 상심할 것으로 우려해 곧바로 고무보트를 타고 가 신발을 건져 올려 제자리에 놓았다.
실종자들의 시신이 하나둘 수습되고 있지만 수색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수색이 장기화되면서 선체의 약화현상 및 붕괴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33일째를 맞은 18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3층 식당 주방과 선수 다인실, 4층 선수 다인실 및 격실과 중앙 좌측 통로, 선미 중앙 다인실, 5층 로비 등을 집중 수색했다. 이날 수색에는 추가 모집한 민간잠수사를 포함해 119명이 참여했다. 지난 17일 합류한 민간잠수사 8명은 유속 등 현장 수중 여건과 선체 진입통로에 적응하기 위해 시험입수를 실시하고 현장 적응을 끝냈으며 교대로 수색에 투입될 예정이다.
합동구조팀은 물살이 거센 대조기 마지막 날인 이날 새벽 4시53분쯤 3층 중앙 선원식당에서 여성 시신 1구를 수습했다. 오후 5시 현재까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희생자 수는 286명, 실종자는 18명으로 집계됐다.
진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