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反정부 여론 SNS 차단” 위협
입력 2014-05-19 02:50
러시아 인터넷 감독 당국자가 인터넷 규제 강화 방안으로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친정부 성향의 일간 이즈베스티야를 인용해 막심 크젠조프 로스콤나소르(통신 및 IT 감독기구) 부국장이 “당장 내일이라도 몇 분 내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트위터 등을 “국가 정체성을 좀먹는 정치적 도구”라고 규정한 뒤 “SNS로 러시아 사회가 피해를 보는 것보다 차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젠조프 발언에 여론은 들끓었다. 활발한 SNS 활동으로 유명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러시아 입법기관은 SNS와 그 사용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SNS 차단 등과 관련한 인터뷰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인터넷 여론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내에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존재하지만 정부가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마지막 영역이 인터넷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한 언론 포럼에서 “인터넷은 본래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프로젝트였다. 아직도 그렇게 개발되고 있다”면서 인터넷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지난 2월부터 러시아 정부는 법원의 허가 없이도 특정 웹페이지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트위터 팔로어 수가 3000명 이상인 블로거는 언론처럼 등록해야 한다는 법에 서명했다. 8월 1일부터 적용되는 이 법은 블로거에게 정확한 내용의 콘텐츠만 올리도록 하고, 러시아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업자에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저장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따르지 않을 경우 벌금이 부과되거나 인터넷 사용이 금지된다.
러시아 미디어 전문가 올레그 코지레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오늘날 대안 정보의 중요한 원천”이라며 “바로 저들이 차단하고 싶어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