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타환役 지창욱 “기황후라는 운동장서 맘껏 놀아 심한 감정 기복 표현 어려워”

입력 2014-05-19 02:42


올 상반기를 대표하는 드라마 한 편을 고르자면 지난달 종영한 MBC ‘기황후’를 빼 놓을 수 없다. 30%에 가까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을 받았지만 ‘역사 왜곡’이란 꼬리표로 아쉬움도 남겼다. 이 드라마에서 ‘히트메이커’ 하지원(36)과 함께 존재감 있는 연기를 펼친 타환 역의 지창욱(27)을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창욱은 “타환 역에 낙점됐던 배우가 그만두면서 늦게 합류해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며 “제작진이 끝까지 믿어준 덕분에 ‘기황후’라는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연기한 원나라 황제 타환은 수없이 변신했다. 유약한 성품의 ‘찌질한’ 황제로 시작해 권력싸움 끝에 유배지로 향하던 중 고려 여인 기승냥(하지원 분)과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고려 왕 왕유와 기승냥을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권력 투쟁 속에 점점 미쳐 간다. 마지막 회에선 독살되면서도 사랑을 지키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울렸다.

6개월간 ‘순정남’에서 ‘욕망남’으로 변하는 과정을 심도 있게 표현해야 했던 지창욱은 “한 회차 안에서도 웃고 울고 두려워하고 악독해지는 감정 기복이 심했던 점이 가장 어려웠다”며 “입체적인 표현의 답은 결국 대본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창욱은 ‘동해’로 기억됐다. KBS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2008)에서 막내아들 송미풍으로 브라운관에 등장한 뒤 KBS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2011)에 출연하면서 가족드라마 특유의 푸근한 이미지가 생겼다. 본격 멜로의 감정을 표현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만의 색깔을 가져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또래 배우 중엔 김수현, 이승기, 주원, 이종석 등이 있는데 멋있고 부럽기도 해요. 하지만 작품 안에서 즐겁게 하다 보면 재밌게 봐주는 분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기황후’는 소중한 추억이에요.”

그는 인터뷰 중 ‘좋은 배우’라는 단어를 여러 번 썼다. “배우가 무엇인지, 배우로서의 철학을 찾아가고 있다”며 “끝까지 ‘좋은 배우’로 기억되면 행복할 것 같다”는 꿈도 밝혔다.

“다음 작품은 영화가 될 것 같아요. 강우석 감독, 설경구 선배. 두 이름을 듣자마자 영화 ‘두 포졸’을 해야겠다고 맘먹었어요. 절 만나 주신 감독님이 커피 한 잔을 다 드시기도 전에 캐스팅해 주셔서 신나게 준비하고 있어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