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日 정부의 집단 자위권 행사 공식 추진에 “아베,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
입력 2014-05-19 02:29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5일 평화헌법의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데 대해 한국교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헌법 제9조에 명시된 대로 ‘일본 국민은 국제평화를 희망하고 전쟁과 무력사용을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영구히 포기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해 왔다.
◇일본 우경화, 성경의 메시지는=성경은 일본의 군국주의화 움직임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하고 있다. 예수님은 수난당하시기 전 칼과 몽치를 갖고 체포하러 온 대제사장 무리를 막으려는 이에게 “네 칼을 도로 집에 꽂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한다”(마 26:52)며 부당한 무력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특히 성경은 “악한 일을 도모했거든 네 손으로 입을 막으라”(잠 30:32)며 회개를 촉구하고 있다.
박동일 기장 총회장은 18일 ‘아베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정당화를 즉각 중단하고, 평화헌법을 지켜나가길 촉구한다’라는 성명서에서 “아베 정부는 ‘칼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한다’는 마태복음 말씀처럼 군사력 보유를 통한 평화주의는 참 평화를 이룰 수 없을 뿐 아니라 군국주의의 최후가 부흥강국의 길이 아니라 전 세계를 화약고로 만들어 모두가 함께 망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총회장은 “아베 정부가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미명 하에 주장하는 실상은 평화헌법의 해석 변경을 통해 일본 단독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반평화적인 국가전략”이라며 “이는 필연적으로 동북아의 군비경쟁 촉발과 긴장 고조, 고도의 불안정 상태 지속 등 동북아 평화에 대한 근본적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시아 교회 힘 모아야=교계 지도자들도 일본 정부의 우경화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한국·일본·중국 교회가 힘을 모아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종순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이사장은 “아베 총리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면서 “아베 정부처럼 숲이 아닌 나무만 보다가는 일본의 국제관계 자체가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목사는 “일본 교회가 제 목소리를 내줘야 하는데 복음화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일제에 침탈당한 피해국가로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조차 받지 못한 한국 교회가 동북아 평화를 위해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도 “일본은 군사대국화에 앞서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지역에 고통을 준 것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면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또다시 침략 야욕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총무는 “지금은 세계평화를 위해 군비를 축소할 때인데 무기로 평화를 지키겠다는 것은 비뚤어진 생각”이라며 “한국교회는 아시아의 양심적 교회와 함께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현 최승욱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