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PTSD 전문단체 ‘이스라에이드’… “세월호 트라우마, 수년간 심리 치료 필요”
입력 2014-05-19 02:13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대형 사고의 생존자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 즉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PTSD는 사고를 겪은 당사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인물은 물론이고 자원봉사자와 구조대원, 심지어 이들을 상담하는 전문상담가와 현장을 취재한 언론인들까지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돕던 자원봉사자 배모(47)씨가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구호개발 NGO 굿피플(회장 안정복)은 이스라엘의 PTSD 전문단체인 이스라에이드(IsraAID)와 함께 세월호 피해자의 트라우마 치료를 도와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에이드는 테러와 전쟁에 시달리는 이스라엘 국민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다루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미국 뉴욕의 9·11테러나 아이티 대지진, 일본 도호쿠대지진, 필리핀 태풍 등의 피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 지진 생존자들을 돌보는 일을 해온 이스라에이드 실무자들은 지난달 굿피플의 도움을 받아 한국을 긴급히 방문했다. 경기도 안산과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은 이스라에이드의 PTSD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실수를 지적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대형천막을 설치하고 상담가들이 교대로 당번을 서는 것도 전문가의 눈에 띄었다.
현장을 찾은 요탐 폴리처 이스라에이드 아시아지국장은 “여러 명의 상담가가 교대로 번갈아가며 근무하는 현 상황은 세월호 피해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다가가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 일시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며 “이들의 상처가 지금보다 악화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도록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지속적인 심리 치료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에이드는 광주 조선대학교병원과 정신건강증진센터, 굿피플 본부 등을 방문해 청소년정신과 의사, 심리상담가, 사회복지사와 굿피플 직원 등을 대상으로 PTSD워크숍도 진행했다. 굿피플과 이스라에이드는 앞으로 2년 동안 정기적으로 재난 심리 상담가와 의료진 50여명을 국내에 파견해 안산 지역 학교 교사와 상담교사, 사회복지사,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의 PTSD상담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사실 국외에서는 PTSD 치료가 이미 긴급구호 이후에 중요한 후속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은 필리핀 타클로반에서도 NGO와 교회들이 생존자들의 PTSD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필리핀 정부도 물질적 지원과 함께 PTSD 치료를 위한 도움을 해외에 호소하고 있다. 한국 월드비전도 지난해 팔레스타인에서 어린이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테러와 전쟁을 경험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끔찍한 기억을 극복하고 평화를 위한 소망을 회복하도록 평화학교를 열어 한국에서 간 전문가들이 어린이들을 도왔다.
국내에서 아동학대 추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화)도 피해 어린이들의 보호 대책으로 심리상담과 치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PTSD를 다루는 광주트라우마센터가 2012년 문을 열었다. 센터에서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를 비롯해 국가폭력으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상담과 치료 활동을 하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