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 교육감 후보등록 완료 선거전 본격화… 정책·공약 대결 실종

입력 2014-05-19 04:38 수정 2014-05-19 09:53


6·4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후보등록이 지난 16일 완료됨에 따라 17개 시·도의 교육감을 뽑기 위한 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 후보로 나선 이들은 후보등록 전부터 앞다퉈 각종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관련 보도가 예전보다 대폭 축소되는 등 세월호 참사로 인해 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너무 많은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한 데다 후보 단일화 등을 둘러싼 이전투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주된 원인이라는 평가다. 후보등록이 끝났지만 아직 선거구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유권자들의 냉소를 자아내게 한다. 선거 직전까지 이해관계에 따른 후보사퇴 및 지지선언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떤 후보가 끝까지 투표용지에 남아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유권자들이 찬찬히 후보들의 정책을 살펴보고 판단할 여지가 많지 않다. 정책·공약 대결은커녕 후보들의 이름값만으로 유권자들이 지역 교육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교육감을 선택해야 하는 ‘깜깜이 선거’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단일 후보 논쟁에 당적 논란까지=그동안 수도권의 교육감 선거는 진보와 보수 진영의 정책 대결 양상이었다. 무상급식 정책이 대표적이다. 무상급식 공약은 교육감 선거에 국한된 소재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생각해볼 만한 화두를 제공했다. 선거 과정에서 양 진영은 공약 자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단순히 표명한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때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아직 단일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 진영 공히 마찬가지다. 보수진영의 서울교육감 단일후보로 추대된 문용린 후보 측은 고승덕 후보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고 후보가 단일후보 경선에 참가하지 않았으면서 연일 “특정후보 1인이 ‘단일후보’라고 주장하는 건 허위사실 유포”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설전은 선거 과정 내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몇몇 언론을 통해 두 후보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역시 막판까지 허우적댔다. 조희연 후보가 일찌감치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선정됐지만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뒤늦게 출마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양측의 다툼은 윤 전 부총리가 새정치민주연합 당적을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된 후 정리됐다. 교육감 후보자는 과거 1년간 정당의 당원이 아니어야 한다는 법규정에 따라 윤 전 부총리의 출마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윤 전 부총리는 16일 후보등록 마감 직후 “범민주진영의 승리를 위해 후보등록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보진영은 선거 초반 보수진영의 유력 후보 2명에 밀리는 판세에서 논란 끝에 조 후보로의 단일화가 확인된 것이 오히려 반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속속 진행되는 단일화…하지만 잡음은 여전=이곳저곳에서 단일화 논란으로 후보 간 이전투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진보진영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수도권 3곳을 비롯해 상당수 지역에서 단일후보를 확정하고 선거전에 돌입했다. 경기도에는 이재정 후보, 인천시에 이청연 후보를 각각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충북도에서는 김병우 후보, 광주시에서는 장휘국 후보, 경남도에선 박종훈 후보 등이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선거에 나선다.

반면 보수진영은 후보등록이 끝났음에도 8개 시·도에서 단일후보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보수진영 단일후보 추대기구인 ‘대한민국 올바른교육감 추대 전국회의’는 지난 12일 서울 등 5개 지역의 단일후보를 발표한 데 이어 강원도 김선배 후보, 충북 장병학 후보, 대구 우동기 후보 등의 보수 단일후보를 추가 확정하고 20일 교육정책협약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보수진영의 경우 단일후보를 선출한 지역에서도 비슷한 성향의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는 경우가 많다. 단일후보가 선출됐지만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는 곳도 있다. 경기도의 경우 석호현 예비후보가 새누리당 의원 출신인 조전혁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하자마자 새누리당의 지역구 조직책임자로 임명되면서 집권여당의 교육감 선거개입 논란이 불거지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단일화에도 정책선거는 요원…인기투표에 그칠 우려=선거 초반 몇몇 언론의 여론조사에선 명망 있는 보수진영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한 진보 후보의 지지율을 앞서고 있다. 진보·보수 양 진영의 정책이나 공약 차이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지도 있는 후보가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후보자의 정책보다는 이름이나 직함을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는 “뚜렷한 정책적 차이가 부각되지 않는 현재의 양상이 이어지면 교육감으로서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인기투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정책과 공약보다는 인지도나 진영 논리에 의해 표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 그리고 정치인처럼 지역 기반을 잘 다진 후보가 기본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될 수밖에 없어 교육관련 정책 수행 능력이나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 같은 흐름은 선거 막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양 교수는 “제대로 투표하지 않으면 세월호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여론이 갑자기 확산되지 않는 이상 이번 선거에선 특별한 이슈가 부각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 분야의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가 ‘이름값’ 선거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교육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