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티니 세단 Q50 2.2d 시승기] 힘좋은 벤츠 디젤엔진 정숙하기까지… 승차감 탁월

입력 2014-05-19 03:00


무언가를 이식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식되는 것이 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갖고 있더라도 기존 체계에 적응하지 못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인피니티가 최근 출시한 중형 세단 Q50 2.2d(사진)에도 이식이 시도됐다. 이식된 것은 벤츠의 디젤엔진이다. 연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도다. 최근 Q50을 시승해 보니 이식 결과는 숙련된 외과의사의 솜씨인 듯 훌륭하게 느껴졌다.

디젤엔진의 약점은 소음이다. 이 차 역시 처음에는 덜덜거리는 소음이 들렸으나 시간이 지나자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엔진소리를 일정하게 잡아주는 장치가 있는 듯했다. 실제로 인피니티는 엔진소리를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소음을 상쇄시키는 음파를 내보내는 장치를 장착했고 가속시 엔진 소리는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도록 ‘조작’했다.

타사의 엔진을 이식해오면서 그것을 자사의 특징에 맞게 손본 것이다. 힘과 연비를 위해 디젤엔진을 가져왔지만 고유의 장점인 정숙성은 놓치지 않겠다는 고집 같은 게 엿보였다.

충격흡수(서스펜션) 장치 역시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려웠으나 약점이 최소화된 듯했다. 요철 등을 지날 때 덜컹거리긴 했지만 그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30∼40대의 경우 익숙해진다면 이런 통통거림을 좋아할 수도 있겠다.

성공적인 이식의 결과 이 차가 가장 능력을 뽐낸 순간은 시속 80㎞ 이상의 고속주행 구간이었다. 디젤엔진의 묵직함과 인피니티 고유의 정숙성이 결합돼 만족스런 승차감을 선사했다.

4000만원대 수입 세단치고는 고급 편의사양이 많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트가 자동으로 운전대를 향해 움직인다. 주차 시 차 주위를 모니터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기능도 있다. 가죽시트도 촉감이 부드럽다. 다만 정차 시 시동이 꺼졌다가 출발할 때 켜지는 ‘스톱앤고’ 기능은 지나치게 예민하다. 정차 상태에서 운전대를 살짝만 건드려도 다시 시동이 걸린다. 계기판을 비롯해 디스플레이 장치가 3개나 된다. 터치가 가능해 편리하지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외관 디자인은 곡선 위주로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듯하다. 주로 도심을 주행한 결과 연비는 공인연비 15.1㎞/ℓ에 못 미치는 10.0㎞/ℓ가 기록됐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