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나래] 청춘의 문장들

입력 2014-05-19 02:24

소설가 김연수가 2004년 내놓은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은 독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가장 나다운 나로 오롯이 버틸 수 있는 청춘의 시간. 소설가를 버티게 해준 동서양 작가의 글과 그에 대한 치열한 사유는 청춘의 응원가가 되었다.

40대 중반이 된 그가 최근 책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청춘의 문장들+’를 펴냈다. 지난 10년간 그가 만난 사람들, 그를 스쳐 지나간 감정의 편린들을 담고 있다. 그는 책에서 “앞으로 겪을 모든 일들을 스무 살 무렵에 다 겪었음을 깨달았다”며 “그 모든 사람을 스무 살 무렵에 다 만났으며 그 모든 길을 스무 살 무렵에 다 걸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파리의 우울’에 쓴 “꿈들! 언제나 꿈들을!”이라는 대목을 인용해 “지금 스무 살이라면, 꿈들! 언제나 꿈들을! 더 많은 꿈들을!”이라고 외친다. 그 꿈이 이뤄지든 이뤄지지 않든 그 시절의 기억이 살아갈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스무 살은 그렇게 꿈꾸는 시간이어야 하나, 지금 한국의 스무 살 청년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꿈꿀 시간은커녕 대학교 학비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매순간 쫓긴 채 허덕이며 살고 있다. 성년이 되면 내 뜻대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다는 청년들의 말은 결코 나약한 이들의 변명이나 푸념이 아니다.

5월 셋째 주 월요일인 오늘은 성년의 날이다. ‘스무 살이 된 청년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부여하는 날’이라고 인터넷엔 소개돼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기성세대는 ‘책임의식’이란 건 일찌감치 잃어버렸고 ‘자부심’ 따위는 내팽개쳐졌음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성년의 날을 맞는 스무 살 청년들에게 충고할 어른으로서의 면목이 없는 이유다.

그래서 부탁한다. 성년의 날을 맞은 그대들에게.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나만의 청춘의 문장을 찾으라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어른들은 도통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이 세상 모든 어른이 못 믿을 존재는 아니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이거나 조선의 학자 다산 정약용일 수 있고, 현대에 와서는 소설가 박완서일 수 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믿을 만한 어른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만의 문장으로 삼아 이 푸르른 절망의 시간을 버텨주길.

김나래 차장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