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손잡고 ‘체피아’ 뿌리뽑는다… ‘스포츠 4대 악’ 척결키로
입력 2014-05-17 02:40
#1. 모 경기연맹은 회장 가족을 임원으로 임명하고, 상임부회장을 맡은 회장 자녀가 대표선수들의 개인통장을 관리하면서 훈련수당 1억4500만원을 횡령한 것이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단체 특별감사에서 드러났다. 또 다른 경기협회는 임원 28명과 전문위원 19명 가운데 57.4%를 특정대학 출신으로 구성했다가 문체부로부터 올해 초 시정권고를 받았다. 조직 사유화의 전형이다.
#2. 소치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펼쳐 한국에 컬링 붐을 일으킨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은 지난 3월 단체 사표를 제출했다. 코치의 성추행과 폭언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코치는 영구제명됐다. 소치올림픽 2관왕 박승희가 소속된 경기도 화성시청 쇼트트랙 선수들은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감독과 맞고소 상태다.
#3. 지난해 5월 한 고교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그는 아들이 편파판정 때문에 경기에서 패배한 것을 괴로워하다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태권도는 물론 각종 종목에서 벌어지고 있는 판정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문체부는 체육계에서 이 같은 편파판정, 성폭력,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 등의 문제가 잇따라 드러나자 지난 1월 이를 없애기 위해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16일 현재까지 신고센터에 접수된 비리는 모두 94건이다. 조직 사유화 관련 비리 제보가 40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승부조작(편파판정) 13건, (성)폭력 6건, 입시비리 1건 등의 순이었다.
이어 지난 2월에는 소치올림픽에서 ‘안현수 귀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체육계 파벌 문제를 언급하자 문체부는 ‘범정부 스포츠 혁신 특별 전담팀’까지 발족시켰다. 그러나 특별 전담팀의 조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특별 전담팀은 수사권이 없다 보니 비리 확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 문체부는 검찰 및 경찰과 손을 잡고 ‘체피아(체육계+마피아)’ 척결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22일 ‘스포츠 비리 근절 검·경 합동수사반’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합동수사반은 문체부 직원 7명과 경찰청에서 파견된 수사관 7명으로 구성된다. 또 서울중앙지검에 체육계 비리를 전담하는 검사 1명이 지정된다. 8월 말까지 3개월간 강도 높은 체육계 비리를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가 체육계 비리를 적발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 인력까지 동원해 수사반을 구성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합동수사반은 브라질월드컵, 인천아시안게임 등을 준비하는 경기단체들을 위해 최대한 신속히 조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체육계에서는 정부가 경기단체를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경기연맹 관계자는 “각종 국제대회가 예정돼 있는데 정부의 계속되는 감사 때문에 각 경기단체가 대회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