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6·4 지방선거 (9) 전라남도] “밥도 못 묵게 생겼는디… 뭔 선거?”

입력 2014-05-17 02:47


“선거가 뭐 당가요.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디, 묵고 사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제, 뽑아봐야 그 사람이 그 사람 일터고. 관심도 없어라.”

전남 목포 중앙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선숙(49·여)씨는 15일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하루하루 버티고 있지만 좋아질 기미는 전혀 없다. 오히려 식당 매출이 뚝 떨어지고 있다”며 걱정부터 늘어놓았다. 정씨는 “선거운동 한답시고 찾아와 밥 먹는 손님들에게 말을 시키고 명함만 돌리고 나가는 후보자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다음 달 4일 열리는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었다.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현실이 막막해 선거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여수 어판장에서 생선을 팔고 있는 김순임(55·여)씨도 “우이산호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여수지역 생선이 잘 팔리지 않고 있다”며 “막내아들 대학등록금과 생활비 보낼 돈도 부족한데 선거가 눈에 들어오겠느냐. 누가 당선되든지 나와는 상관없다”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장흥군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박모(75)씨는 “인근 진도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장흥군청 공무원들 20여명이 ‘나 몰라라’하고 해외여행만 가는 뻔뻔한 행태에 놀랐다”며 “후보자들도 지금은 간도 빼줄 듯하지만 당선되고 나면 그들과 다 한통속이 될 게 아니냐”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에 총체적인 무능을 드러낸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 붕괴가 선거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전남지역 후보자들은 세월호 참사가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터라 ‘조용한 선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요란하게 선거운동을 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야권이 강세지역인 탓에 도지사 선거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순천에서 유통회사를 경영하는 이영찬(46)씨는 “전남도지사 선거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지지세가 강해 큰 이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후보자의 자질과 정치 경력, 민생을 챙기는 도지사가 누구인지를 판단해 투표를 하겠다”며 적극 투표 의사를 밝혔다.

전남도지사 선거는 새누리당 이중효(53·가천대 겸임교수)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이낙연(62·전 국회의원) 후보, 통합진보당 이성수(45·노동운동가)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

무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