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수사] 법원 판단 통해 정당성 확보… 압박 강도 높인다

입력 2014-05-17 03:12

검찰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해 곧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번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를 내세워 펼치는 여론전에 끌려다니지 않고, 법원 판단을 통해 수사의 정당성도 담보하겠다는 뜻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 측이 출석시한인 16일 오전 10시까지 아무런 연락을 해오지 않자 4시간 만인 오후 2시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주요 사건을 수사하면서 핵심 피의자에 대한 직접 신문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이례적이다. 당초 유 전 회장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 절차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는 검찰이 체포영장보다 법적 구속력이 큰 영장을 발부받아 유 전 회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 전 회장은 이미 검찰과 연락을 끊고 소환 통보까지 거부한 상태다.

유 전 회장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전체를 우롱하고 있다는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구원파의 종교탄압·표적수사 등의 주장도 힘을 잃게 된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는) 구원파와 유 전 회장 측 입장을 십분 이해해 취한 조치”라며 “유 전 회장은 무고한 신도들 뒤에 숨어 있지 말고 법정에 출석해 본인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로서는 금수원을 당장 강제 진입해야 하는 부담도 어느 정도 덜게 됐다. 금수원은 종교시설 성격이 있는 데다 23만㎡에 달하는 거대 부지이고 강제진입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 우려도 제기된 상황이었다.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자칫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 수사 본질이 훼손돼 ‘세월호 침몰 사고의 책임을 규명하는 수사’라는 명분도 흔들리게 된다. 검찰로서는 유 전 회장이 금수원에 머물고 있다는 확신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법원은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3차례 더 기회를 준 뒤 심문 포기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심사를 진행해 왔다. 유 전 회장이 법원에 자진출석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는 여전히 구원파의 집단 반발을 뚫고 유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검찰이 유 전 회장의 소재 파악을 못해 구인장을 집행하지 못할 경우 사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유 전 회장 일가의 잠적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달 초 차남 혁기(42)씨와 딸 섬나·상나씨가 소환에 불응하며 해외에서 잠적했고, 장남 대균(44)씨까지 도주하면서 유 전 회장의 도피 가능성이 제기됐다.

검찰은 그동안 “유 전 회장이 수사 초기 검찰에 적극 협조를 약속했다”며 “소환에 응할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측근 조사 없이 바로 유 전 회장 조사로 나아갈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며 “당연히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