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발표…가장 중요한 것은 유족들 의견”
입력 2014-05-17 04:54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개월을 맞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유족 대표와 면담한 것은 대국민담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족들의 의견”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맨 먼저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들에게 “마음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을 텐데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정부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유족들의 자식을 잃은 슬픔을 듣다가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 유족이 “아이를 잃은 아빠의 비통함이 절망을 넘어 분노로까지 이르렀다”고 하자, “정말 (사고가 난) 4월16일 이전과 그 후의 대한민국이 완전히 다른 나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직 찾아내지 못한 실종자에 대해선 “정말 마음 같아선 뛰어 들어가 찾아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구조 초기부터 해군이, 해양경찰청이 너무나 잘못했다”면서 “왜 해경이 선내에 진입하지 않았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어 단호한 어조로 “이런 것을 봐줬다든가 적당히 넘어가면 이 사회를 바로세울 수 없다”며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다른 유족이 “강한 의지를 보여줘서 감사하다. 그런데 우리 요구는 의견을 전하는 게 아니다”며 특별법 제정과 특검 도입을 요구하자, 박 대통령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지 그냥 내버려두면 또 부패가 퍼진다”고 속 시원하게 수용 의사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사실 저희는 다 정신병에 걸려있다”는 유족의 말에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공감을 표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말에 귀 기울였고, 구체적인 요구에는 곧바로 “예”라고 답했다.
자녀를 잃은 한 아버지는 “대통령이 책임이 있으니까 대통령을 수사해야 된다는 뜻으로 찾아온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정말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책임자를 수사하고 처벌해야 된다고 말하려고 온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진상규명에 있어서 유족의 여한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 거기서부터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오늘 다 얘기 못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선 계속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오죽하면 여러분이 수사권까지 민간이 받아가지고 했으면 하겠느냐. 수사과정을 철저하게 공유해서 그 뜻이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하자, 유족들은 그제야 “저희도 검찰 수사를 무시할 순 없다”고 다소 누그러졌다.
박 대통령은 “국가 대개조 수준으로 기초부터 다시 세우는 것이 안타까운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족을 잃은 슬픔도 어려울 텐데 생계문제로 고통을 받을까 걱정”이라며 “그런 어려움이 있다면 정부가 해결해 나가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앞서 대책위는 취재요청 자료를 내고 사고 실종자에 대한 조속한 수습과 특별법 제정 등 9개 사항을 요구했으며, 박 대통령과의 만남 뒤에는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