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인&트레이드’ 에 발목… 자유 없는 FA시장
입력 2014-05-17 02:44
2014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 1라운드 협상 마무리
2014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의 원소속 구단 협상이 마무리됐다.
이번 FA 시장에선 ‘사인 앤 트레이드’(Sign & Trade)를 통해 팀을 바꾼 2명을 제외하면 ‘대어급’ 이동은 없었다.
사인 앤 트레이드는 FA 자격(5시즌)을 얻은 선수가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한 뒤 곧장 다른 팀 선수와 트레이드되는 것을 말한다. 프로농구연맹(KBL)은 보수총액(연봉)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독자적으로 다른 팀과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사인 앤 트레이드를 규정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때 농구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라는 비판이다. 선수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7명 중 20명 재계약 성공=KBL은 지난 15일까지 1라운드 47명 대상자 중 20명(사인 앤 트레이드 2명 포함)이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했다고 16일 밝혔다.
2013∼2014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문태종(39)은 계약 기간 1년에 보수총액 6억6000만원(연봉 5억2800만원, 인센티브 1억3200만원) 조건으로 창원 LG와 재계약을 완료했다.
2013∼201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을 정상으로 이끈 함지훈(30)도 계약 기간 5년에 1년 보수총액 5억원(연봉 3억 5000만원, 인센티브 1억5000만원)에 울산 모비스와 재계약했다. 양희종(30)은 계약기간 5년에 1년 보수총액 6억원, 주희정도 계약기간 2년에 1년 보수총액 2억2000만원 조건으로 각각 원소속 구단인 KGC인삼공사, SK와 재계약했다.
사인 앤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는 김태술은 계약 기간 5년, 1년 보수총액 6억2000만원(연봉 5억원, 인센티브 1억2000만원)에 KGC인삼공사와 FA 계약을 맺었다. 인삼공사는 김태술을 넘겨주고 강병현(29)과 장민국(25)을 받는다.
이광재(30)도 원주 동부와 계약기간 5년에 1년 보수총액 2억7000만원(연봉 1억9000만원, 인센티브 8000만원)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한 뒤 부산 KT 가드 김현중(33)-김종범(24)과 맞트레이드된다. 인삼공사와 KCC, 원주 동부와 KT의 트레이드는 KBL 규정에 따라 오는 6월 1일 승인될 예정이다.
◇프로농구 FA제도 빛과 그림자= ‘매직 핸드’ 김승현(36) 등 10명은 은퇴를 결심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프로농구 통산 역대 최다 어시스트(평균 6.9개)를 기록한 김승현은 서울 삼성과 재계약에 실패해 은퇴를 선언했다. 또 동갑내기 팀 동료 황진원(36)도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1차 협상 기간을 넘겨 타 구단으로부터 시장 가치를 평가받게 된 선수는 17명이다. 원소속 구단과의 1차 협상에 실패한 이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2라운드에서 구단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타 구단으로부터 영입의향서를 접수받는다. 타 구단으로부터 영입의향서를 받지 못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원소속 구단과의 재협상은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이뤄진다.
이들은 소속 구단이 샐러리캡(선수 보수 합계)까지 고려해 원소속 구단이 냉정히 평가한 ‘전력 외의 선수’다. 타 구단과의 협상까지 실패한다면, 원소속 구단과 재협상을 하게 되더라도 재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프로농구 FA 제도를 둘러싼 지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선수들 중에는 FA임에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불만을 대놓고 토로한다. 선수들은 몇 번 찾아오지 않는 FA임에도 제도 때문에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비시즌 프로농구는 그 어느 해보다 우수한 FA 자격을 갖춘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단순히 다른 구단과 계약하는 방식의 선수 이동은 나오지 않았다.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A구단 관계자는 “구단들은 궁여지책으로 사인 앤 트레이드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면서 “소속 구단 잔류를 제외한 대어급 선수들의 이적은 대부분 이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보상금액이 줄어들긴 했어도 아직도 FA 시장의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