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눈물] 클린턴, 오바마에 뒤지자 눈시울 붉혀… “인간적 면모” “나약” 평가 엇갈려

입력 2014-05-17 02:41

해외에서도 정치인의 눈물은 중요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2008년 미국 대선은 유력 정치인들의 눈물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11월 대선 전날 자신을 길러준 외할머니가 사망하자 눈물을 보였다. 그는 연설 도중 “할머니는 조용한 영웅 중 한 사람이었다”고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손자가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되는 것을 목도하기 직전 죽은 할머니 이야기는 여러 차례 회자됐고, 오바마 대통령의 눈물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당시 선거전에서 정치 신인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훨씬 뒤처지자 “쉽지 않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눈물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와 “나약해보였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울보’로 유명하다. 그는 연설 도중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데 내 일생을 바쳤다”면서 울먹이는 등 자주 눈물을 보였다.

퇴임 때까지 80%대의 지지율을 유지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도 눈물을 적절히 활용한 정치인이다. 퇴임을 앞둔 그는 마지막 라디오 담화에서 “지난 8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국민에게 감사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가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1900년 총리 관저를 떠나며 눈물을 흘렸고,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다이애나비의 죽음을 알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도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당시 사고 현장을 찾아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울지 마라, 나와 중국 정부가 너희들을 책임질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